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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식役 한석규 "서울의 달"로 스타덤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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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마치 대학시절 한편의 연극 공연을 끝내고 난 기분입니다.』어제 종영된 MBC『서울의 달』 홍식역을 통해 확실한 연기력을인정받은 한석규(30).금호동 달동네를 무대로 드물게 악역을 주인공으로 1년간 펼쳐진 이 드라마를 그는 『공들인 한편의 연극』으로 정리했다.
같은 대학(동국대 연극영화과)선후배 사이인 최민식(춘섭).채시라(영숙)와 함께 출연했던 그는『후배에게 더 많은 조명이 비쳐 미묘한 상황이었지만 대학시절 두들겨 맞으며 정이 싹텄던 민식형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극중 애증 이 교차했던춘섭의 홍식에 대한 리얼한 감정연기 등은 대학때부터의 11년간우정이 빚어낸 진득한 앙금의 표출이었던 셈이다.
당초『아들과 딸』의 모범생 검사「석호」역을 통한 이미지 덕에「춘섭」역을 맡기로 돼있었던 그는 정반대의 제비「홍식」역을 통해『상반된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아들과 딸』은 정신없이 지나가버렸고 『파일럿』의 상열역은 욕심이 앞섰으나 홍식역은『연극무대에 섰던것같은 만족감이 든다』고 말한다.
『제비 분위기의 의상.소품 치장이 어려워 처음으로 의상코디네이터를 기용했습니다.원래 못추는 춤은 미아리 교습소에서 2주간기본 스탭을 배웠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부분은 표정연기.사회에 대한 경멸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비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차디찬 눈빛,비뚤어진 입,때론 이를 가는 장면 등. 극중 홍식에 대한 그의 평가는『나쁜 놈이라기보다는 불쌍한놈』쪽에 가깝다.촬영장의 달동네 사람들이『그렇게 매일 터지고 사니 불쌍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묘한 교감을 느꼈다고 한다.마지막 장면에서『홍식을 죽이지 말고 개과천선시키 라』는 주문이 쇄도했으나『개과천선해봐야 막노동꾼이나 외항선원,피라미드 회사 사기꾼 외에 무얼 해서 잘살겠느냐』는게 그의 의미있는 답변이다. 한석규는 MBC의 내년 광복50주년 특집물『전쟁과 사랑』에서 이념에 치여 사는 사회주의자로 주연 캐스팅됐다.
홍식은『보이스 비 앰비셔스』를 외치며 죽고 한석규는『해방전후격변기 인물역을 해보고 싶다』던 그의 오랜 소망을 달성했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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