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못쓰는 농기구가 농촌지역의 새로운 공해로 등장했다.
해마다 농한기(農閑期)만 되면 농민들은 거의 고철이 다돼 쓸모가 없는 경운기등 농기구를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논이나 들에그대로 방치하고 있다.이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녹물과 기름등이환경오염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 정작 일선 시.군에서 폐농기구를 일반 폐기물로 간주,처리하려고 들면 농민들이 동의하지 않아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고민하던 정부는 올해 경기.충북.전남.경북등 4개 도에 폐농기구 처리장을 짓도록 2억원씩 지원했다.내년에는 나머지 5개도에도 2억원씩 자금을 대줄 계획이다.이 처리장이 세워지면 폐농기구 처리에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처리장을 한 업체가 맡아 운영한다 하더라도 이 업무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데 농림수산부의 고민이 있다.다른 사업을 함께 하도록 배려해줘야 채산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농림수산부는 일손이 부족한 농민들의 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위탁영농회사로 하여금 별로 할 일이 없는 농한기에 이 폐농기구 처리를 하도록 맡기는 방안을 고려중이다.위탁영농회사가 이 일을 할 경우 운영자금과 폐농기구를 운반할 중 장비를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자금을 일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이미 이 사업에 뛰어든 위탁영농회사도 있다.
충남 보령군 청소면의「청소 위탁영농회사」(대표 印明鎭)는 작년 5월부터 농한기에 폐농기구를 농민들로부터 ㎏당 20원에 사들여 인천제철에 팔아 인건비를 웃도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印씨는『영농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농한기에는 직원들이 그냥 놀기만 해 인력손실이 많아 궁리끝에 폐농기구를 처리하는 일을 맡았다』며『그동안 1천대 가량의 폐농기구를 사서 인천제철에 되팔았다』고 말했다.
전국 농가에 보급돼 있는 농기구는 93년말 현재 경운기(79만9천대)와 이앙기(21만2천대)등 총 2백77만7천대인데 농림수산부는 이 가운데 2%인 5만5천대정도를 폐농기구로 보고 있다. 〈朴義俊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