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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Hot TV] 춤짱 개그맨 '돼지 멱따기'로 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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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면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런 상식은 통하지 않고 있다. 댄스 가수들이 가요계를 휩쓸면서 가창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춤 솜씨가 훨씬 중요해졌다. 춤은 잘 추지만 노래 실력은 별로인 사람들이 가수로 데뷔해 잠시 활동하다 탤런트나 다른 연예인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라이브의 여왕' 김미연(24)은 이런 가요계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MBC '코미디하우스'(토 오후 7시)의 첫 코너에 등장하는 그녀는 매주 인기 가수의 노래를 한 곡 골라 흉내를 낸다. 시청자들에게 눈부시게 화려한 춤을 보여줌과 동시에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들려주는 게 핵심이다. 그것도 '1백% 라이브'라는 방송 자막과 함께. 마치 노래를 못 불러 라이브 공연을 기피하는 가수들에게 "나보다 나은 게 뭐냐"고 묻는 듯하다.

그녀의 노래에 대해 "못 들어주겠다"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재미있다"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많다. 인터넷 팬클럽 카페에는 1만명이 넘는 사람이 회원으로 가입했을 정도다.

사람들은 그녀가 진짜 음치인지 궁금해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진짜 제 목소리 맞아요.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인지 높은 음이 잘 안 올라가요. 어려운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니까 음정.박자가 더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음치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라이브의 여왕' 코너가 탄생하게 된 뒷얘기도 들어봤다. "원래 풍자를 위해 만든 코너는 아니었어요. 노래방에 갔다가 PD 선생님들이 '너 참 목소리가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춤은 제대로 추고 노래는 멋대로 부르는 코너를 개발했어요. 첫 회가 나가기 전 연습할 때 최양락.김학도 선배 같은 고참 개그맨들도 우습다고 뒤집어졌어요." 그러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노래 실력이 계속 좋아져서 큰일이에요. 코너의 존립이 위태위태해요"라고 한다.

원래 그녀는 무용단 출신이다. 그래서 노래는 몰라도 춤이라면 자신이 있다. 한때 방송국에서 최고의 안무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2000년에 MBC 무용단에 들어가 활동하다가 2002년 MBC 개그맨 시험을 봐서 합격했다. 무용단 입단 전인 1999년에는 천안 능소아가씨 선발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다.

그녀가 진로를 바꾼 이유는 다소 엉뚱했다. "무용단에 있으면 연예인들을 가르칠 기회가 많아요. 드라마 같은 데 안무를 해야 하니까. 그때 솔직히 좀 짜증이 났어요. 저 정도밖에 못하나 싶어서요. 그래서 내가 직접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탤런트는 왠지 안될 것 같았다고 한다. 대신 웃기는 얘기와 망가지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데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있었다. "코미디를 하면서 춤도 추기 때문에 이 길로 들어선 것에 후회 안해요."

지난해 8월 '라이브의 여왕'을 맡으면서 그녀는 무척이나 바빠졌다. 매주 새로운 곡을 골라 춤과 함께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노래를 고르느라 고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안무도 직접 다 짠다. 춤이 실제 노래를 부른 가수보다 튀어야 한다는 점이 어려운 숙제다. 안무가 끝나면 의상 디자인을 정하고 무용단과 맞춰야 한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제일 흉내내기 힘들었던 노래는 이효리의 '10 minutes'였다고 한다. 안무가 처음부터 끝까지 워낙 잘 짜여 있어 그보다 튀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그녀가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신인상을 거머쥔 것은 이런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프로포즈의 여왕'이기도 하다. 정준하의 바보 연기로 유명한 '노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이다. 허리를 사정없이 비비 꼬아대는 '섹시춤'으로 사랑을 구하는 표현을 해서 상대방 남자 출연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리고 프로포즈를 받아들인 남자에겐 "나한테 반했구나아~"라며 그녀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보탠다.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하고 말투도 어리숙한 것에 시청자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새침떼기 같고 약한 멍해 보이지만 솔직한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그녀는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 '라이브의 여왕'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슬슬 식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매주 비슷한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얼마 전부터 '장금아 장금아' 코너에서 연생이로 투입됐어요. 여기서 코미디 연기를 확실히 배우고 싶어요. 당장은 코미디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진짜 연기에도 관심 있어요. 올해가 원숭이해고 저도 원숭이띠니까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글=주정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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