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전설과의 한판 “거울 보는 것 같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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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바닥을 때리는 피트 샘프러스(36·미국)의 강력한 서브 파열음이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을 울렸다. 6000여 명의 테니스 팬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은퇴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타점 높은 파워 서브만큼은 전성기의 화려함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가끔씩 터지는 포핸드 위너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깔리는 슬라이스도 상대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테니스의 전설 샘프러스와 세계 랭킹 1위 로저 페더러(26·스위스)가 20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카드 수퍼매치 Ⅵ’에서 맞대결했다. 1시간2분 만에 끝난 경기는 페더러의 2-0(6-4, 6-3) 완승이었다.

  경기 후 샘프러스는 “페더러는 슬로 스타터(slow starter)여서 중반 이후 그의 수준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샘프러스는 여전히 믿기 어려운 샷을 날리며 인상적인 경기를 벌였다”며 "마치 거울을 보고 경기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페더러가 샘프라스의 공격을 포핸드로 받아 넘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백핸드 공격을 하고 있는 샘프라스. [뉴시스]


  두 사람의 대결은 승부를 떠나 닮은꼴 스타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 꿈의 무대였다. 나이 차는 열 살이지만 두 사람은 나란히 8월생에다 키도 1m85㎝로 같다.

오른손잡이에다 스물한 살의 나이에 윔블던 첫 우승을 따냈을 정도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미국산 윌슨 라켓을 쓰며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에 유독 약한 것까지 판박이다.

  전성기의 샘프러스가 페더러를 상대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히 갈린다. 명지대 테니스부 노갑택 감독은 “샘프러스는 앤드리 애거시(미국), 패트릭 래프터(호주),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 등 강력한 라이벌을 제치고 6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런 점에서 경쟁자가 많지 않은 페더러보다 샘프러스가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증권 주원홍 감독은 “샘프러스는 슬라이스를 많이 치는 백핸드 쪽이 약한데 페더러의 백핸드는 파워나 코너워크에서 앞선다”고 주장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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