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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판화제>美 대중소설 흑인 주인공늘고 독자 많아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주로 백인 남녀의 사랑과 실연을 그리던 미국 대중소설(로망)의 판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소설의 주인공들이 지난 여름 이후 흑인쪽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백인의 하녀나 보모 등으로 등장했던 흑인이 이제는 전문과학자에서부터 재즈가수에 이르기까지 소설의 한가운데에 등장하고 있다.흑인을 전면에 내세운소설이 이처럼 붐을 이루는 것은 백인보다 오히려 흑인이 책 사는데 돈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시카고에 본사를 둔『타깃 마켓 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계 미국흑인들은 책 구입비로 1억7천8백만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지난 88~91년까지 흑인가정의 책 구입비가 22% 증가한 반면 백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3%줄었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출판사들은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앞다퉈 내고 있다.지난 7월,두권의 로망을 펴낸 피너클북스사는 앞으로매월 두권씩 발간키로 했으며 대형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자회사와밴텀.델출판사 등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기타 다른 출판사들도원고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형편이다.미국 페이퍼백 출판시장의 50% 이상을 로망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결코놓쳐서는 안될 황금시장이기 때문이다.흑인소설의 성공에 힘입어 일부에서는 아시아계나 히스패닉 계에까지 소재를 넓히려는 계획을세우고 있다.백인소설과 흑인소설의 차이점은 세부묘사에서 드러난다.피부나 머리칼 등 신체적 특성 뿐만 아니라 흑인소설은 소설속에 나타나는 언어.음악.음식.복장 등도 흑인 전통에 보다 가깝도록 서술해 흑인들이 문화적 거부감없이 책을 읽도록 유도한다. 흑인소설을 주로 찾는 층은 어린 소녀들과 주부들.책 구입도서점보다 K마트나 월마트 같은 쇼핑센터를 주로 이용한다.심한 경우에는 한달에 40권 이상 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반면 이같은 흑인 대중소설의 약진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신분상승의 길이 막힌 흑인들의 또다른 자기표현에 불과하다』며『대중소설의 흑인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서 흑인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하고 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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