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노무현 정부 들어 급등한 사교육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올해 도시 가구당 학원·과외 사교육비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때보다 무려 33%나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상·하위 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도 여섯 배 차이가 나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양극화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경제가 어려운 판에 늘어나는 사교육비로 인해 서민들의 허리가 휜다는 말이 정부 기관인 통계청 조사로 확인됐다. 사교육비 절감을 최대 교육정책으로 삼았던 노 정부는 부끄럽지 않은가.

노 정부의 실패한 교육정책이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였다.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 수시로 바뀌는 대입 정책 등으로 학생들은 더욱 사교육에 의존해야 했다. 노 정부가 만든 수능·내신 등급제의 결과는 어떤가. 고3 학생들은 3년 내내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내신·논술) 속에서 허덕였고, 수능이 끝난 지금도 논술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공교육 붕괴의 최대 피해자는 가난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다. 공·사교육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이들은 더욱 불리해졌다. 가진 자를 미워하면서 스스로 서민을 위한다고 강조해온 노 대통령이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한 포퓰리즘적인 교육정책은 오히려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그 결과 가난의 고리를 끊는 것이 아니라 빈부의 대물림을 강화하는 교육정책을 펼친 대통령이 됐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근본책은 공교육 회생밖에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실력을 쌓고,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다면 굳이 사교육을 찾겠는가. 노 정부 들어 왜 특수목적고의 인기가 급등했는지 생각해 보라.

우리는 얼마 전 기획 사설에서 교육정책을 ‘규제와 평준’에서 ‘자율과 경쟁’으로 전환해야 공교육이 산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교육이 다양해지고 수월성(秀越性)교육이 강화돼 사교육이 줄어든다. 그동안 우리 교육 붕괴에 대해선 사회 곳곳에서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이제 우리 교육을 살리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국민은 후보들의 교육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제대로 된 ‘교육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