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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공룡 상가'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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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롯데건설이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삼일아파트와 주변 단독주택을 재개발해 짓는 롯데캐슬베네치아 주상복합.

최근 잇따라 분양되고 있는 점포 수 200∼600개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 내 상가가 해당 지역 상권지도를 바꿀지 상가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상가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아파트 단지 상가나 업무·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단지 내 상가다. 대부분 든든한 배후 수요를 끼고 있고 점포 수도 많아 주변 상권 수요를 끌어들이는 흡인력까지 갖춘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형태의 상가가 침체한 상가시장에서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배후시설의 분양이 저조하면 상권 활성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최근 복합쇼핑몰 등의 침체가 심한 가운데 대규모 단지 내 상가 분양이 늘고 있지만 아직 투자성이 검증되지 않은 초기 단계로 실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형 단지 내 상가 분양 봇물=지금까지 아파트 입주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하는 기존 단지 내 상가는 상권이 제한적인 게 단점으로 꼽혔다. 점포 수가 대부분 20∼50개 내외로 소규모인 데다 점포 구성도 생활밀착형 위주라 주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일반 근린상가나 쇼핑몰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정적인 배후 수요 확보가 쉽지 않아 상권의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요즘 대규모와 다양한 복합시설을 앞세운 매머드급 단지 내 상가는 단지 고정 수요와 함께 주변 유동인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키라애셋이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분양 중인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롯데캐슬베네치아) 단지 내 상가는 몸집을 내세워 주변 상권 장악을 노리고 있다. 상가 연면적이 13만㎡로 서울 강남 삼성동의 복합 쇼핑몰 코엑스(12만㎡)보다 크다. 점포 수도 671개에 달한다. 대형 할인마트인 이마트의 입점도 확정됐다. 키라애셋 허준 팀장은 “대형 할인마트가 서울 4대문 안에 들어서는 것은 처음”이라며 “671개 점포가 모두 입점하면 지역 상권의 새로운 중심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산업개발 등이 일산신도시 장항동에서 분양 중인 SK엠시티 복합단지 내 상가는 MBC방송제작센터·오피스텔·오피스·상가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한 건물 안에 쇼핑·오락·레저 시설만 늘어 놓은 기존 복합 쇼핑몰 등에서 한 단계 더 나간 형태다. 내년 방송제작센터가 문을 열면 각종 드라마 촬영 등이 SK엠시티나 인근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10~20대 등 국내외 관광객들의 유입이 기대된다. 장항동 M공인 관계자는 “방송제작센터가 문을 열면 젊은 층이 SK엠시티 쪽으로 적지 않게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복합단지 내 상가는 대부분 지역의 핵심 요지를 꿰차는 경우가 많아 ‘관광·쇼핑 1번지’로 자리 잡으면서 해당 지역 상권을 뒤흔들어 놓을 기세다. 부산의 ‘강남’에 해당하는 해운대구 우동에 조성 중인 센텀시티(연면적 29만㎡)는 정보기술(IT)·컨벤션·관광·오락·쇼핑·주거 등의 기능을 갖췄다. 2010년 완공되면 상주 1만5000명, 상근 6만2000명, 이용 25만2000명 등의 인구 규모를 형성해 지역 상권을 해운대구와 비해운대구로 양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복합단지 내 상가는 지역 명소가 될 만한 규모와 시설을 갖춰 백화점·할인점·복합쇼핑몰에 이은 제4세대 상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투자 유의점 없나=이들 상가는 덩치가 크고 여러 이점이 있지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주거 부문에서 떨어지는 수익률을 메우기 위해 상가 분양가를 높이는 사례도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경우 임대수익률이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 전 반드시 분양가와 주변 상가의 매매·임대 시세를 비교해 보고 예상 수익률을 따져봐야 한다. 수익률은 보통 연 7% 수준은 돼야 한다.

대로변에 있는 단지 내 상가는 주변 근린상가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퇴근길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 퇴근 때가 구매력이 더 높기 때문이다. 주변 근린상가와의 업종 중복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복합단지 내 상가는 함께 들어서는 시설의 고객 흡인력이 높아야 한다. 업무시설이라면 업종과 상주할 인구는 얼마나 되는지, 문화시설이라면 콘텐트 종류와 주요 이용 연령층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다.

상가 운영을 맡게 될 상가운영업체의 경험도 중요하다. 상가 운영 경험이 없다면 향후 상권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3M컨설팅 장경철 대표는 “대규모 단지 내 상가는 입지가 중요하지만 진짜 승부는 시행업체의 상권 활성화 프로그램에서 판가름 난다”며 “투자 전 시행사의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태·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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