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상한제 가까스로 피한 서울 재개발 단지 윤곽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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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비디오로 재개발 총회를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백남영상기획 백승남 사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30여 건의 관리처분 총회를 촬영했다. 하루에 가장 많게는 14건까지 몰렸다. 관리처분 총회는 재개발조합이 일반분양 계획 등을 담은 최종 재개발 계획인 관리처분 계획을 구청에 신청하기 전에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열리는 행사. 촬영된 총회 비디오는 조합에 기록으로 보관된다. 백 사장은 “재개발조합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달 관리처분 총회를 대거 열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임박한 서울 재개발 시장이 숨가쁘다.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규제하는 상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이 늘어난다. 조합들이 인가 신청 전 단계인 총회 등을 서두르면서 구역별로 상한제 적용 여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0여 개 구역이 이달 말까지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어서 상한제 대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구역에 지어질 아파트에서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분양될 물량은 9000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일부 구역에선 인가 신청에 급급해 ‘편법 신청’ 논란, 주민 갈등 등 후유증도 예상된다.

◆상한제 피하기 위해 사업 추진 서둘러=지난달 관리처분 총회가 줄을 이은 것은 이달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해야 상한제를 피하기 때문. 인가를 신청하기 전 총회 내용을 주민들에게 공람공고하는 데 대략 한 달이 필요하다. 지난달 말까지 총회를 하지 못한 구역은 상한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9월 이전에 사업승인을 신청하고 12월 이전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해야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9월 이전 사업승인을 신청한 구역 가운데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곳은 확실하게 상한제에서 제외된다. 은평구 불광6구역, 용산구 용문구역 등이 지난달 말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불광6구역은 임대 135가구를 포함해 총 782가구를 지어 75가구를 내년 상반기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성북구 월곡1구역, 동작구 노량진1구역, 성북구 동선구역 등도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분양 준비 중이다.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위한 공람공고도 한창이다. 1000가구 넘게 짓는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 2구역도 각각 29, 22일까지 공람공고를 한 뒤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동작구 흑석뉴타운 내 흑석 4, 6구역의 공람공고도 이달 안에 끝난다. 조합 관계자는 “공람공고가 끝나는 대로 인가를 신청하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해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을 구역은 40여 곳으로 추산된다. 조합들에 따르면 이들 구역에서 3만8000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지어지고 이 중 조합원 몫을 제외한 9000가구가량이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일반분양은 이달부터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진다. 관리처분 인가와 이주·철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재개발 일반분양분은 입주 때까지만 전매가 제한된다. 앞으로 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의 전매제한 기간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은 계약 이후 7년, 85㎡ 초과 중대형은 5년이다.

◆무리한 인가 신청 후유증 예상=9월 이전 사업승인을 받아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한 단지 가운데 희비가 엇갈려 2차 관문(12월 전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넘지 못하는 구역도 나오고 있다. 성동구 A구역은 이달 말까지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는다. 관리처분 인가 신청은 조합원 분양신청 이후여서 상한제를 피하지 못한다. 조합 관계자는 “9월 중순 사업승인을 받아 사업을 서둘렀으나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봉구 B구역도 아직 조합원 분양을 하지 못해 상한제 적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구역은 상한제를 피하는 데 급급해 총회·공람공고 등의 절차를 무시하고 인가 신청부터 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동대문구 C구역은 지난달 30일부터 공람공고부터 먼저 하고 총회는 이달에 계획하고 있다. 성동구 D구역도 이달에 총회를 열고 공람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인가 신청은 이달 말까지 한다는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인가 신청을 해놓고 추후 보완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조합원 분양→관리처분 총회→공람공고→관리처분 인가 신청’ 순서는 법에서 정한 강행규정”이라고 밝혔다. 서대문·동대문구 등의 일부 구역에선 평형 배정, 추가 부담금 등에 대한 주민 반발로 관리처분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편법으로 인가를 신청하거나 주민 갈등이 많은 구역의 상한제 대상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안장원·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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