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LG전자 본사의 유일한 파란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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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여의도 트윈빌딩의 LG전자 본사. 이곳에서 일하는 300여 명의 직원 중 콜턴 크리스(26·사진)는 유일한 외국인이다. 2005년 입사해 윤리사무국에서 감사·교육 일을 맡고 있다.

“2001년부터 2년 동안 한국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대전·광주·전남 여수 같은 지방 생활을 주로 했죠.”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우리말 발음이 유창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채 한국에 와서 생활하며 깨친 실력 치곤 대단하다. 봉사활동이 끝난 뒤 미 하와이주 브리검영 대학으로 돌아갔다가 거기서 지금의 한국인 부인과 만났다. 한국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졸업 후 결혼과 함께 한국행을 결심한 그는 LG전자 인턴십의 문을 두드렸다. “회사가 날 찾은 게 아니라 내가 회사를 찾았어요. 한국말을 잘하는 재미교포를 구하려고 했다더군요.”

이 푸른 눈의 청년은 경남 창원 공장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그리고 면접을 거쳐 지난해 6월 본사의 정식 사원으로 채용됐다.

크리스가 윤리사무국에서 맡은 일은 해외법인의 현지 채용 직원에게 LG전자의 윤리경영을 교육하는 일이다. 일본·네덜란드·프랑스·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중국·미국 등 곳곳을 강사 일 하느라 1년 넘게 누볐다.

크리스를 두고 처음엔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금세 그만두는 거 아냐’ 하는 시선이 적잖았다. 물론 스스로 처음엔 적응이 힘들긴 했다. “퇴근시간이 지나도 귀가하지 않는 사람이 많더군요. 휴가를 내는 데 머뭇머뭇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고요.”

희망을 묻자 주저없이 “LG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LG전자 사장이 되는 게 목표예요. 글로벌 기업이 되면서 파란 눈의 CEO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잖아요.”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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