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2년 동안 한국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대전·광주·전남 여수 같은 지방 생활을 주로 했죠.”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우리말 발음이 유창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채 한국에 와서 생활하며 깨친 실력 치곤 대단하다. 봉사활동이 끝난 뒤 미 하와이주 브리검영 대학으로 돌아갔다가 거기서 지금의 한국인 부인과 만났다. 한국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졸업 후 결혼과 함께 한국행을 결심한 그는 LG전자 인턴십의 문을 두드렸다. “회사가 날 찾은 게 아니라 내가 회사를 찾았어요. 한국말을 잘하는 재미교포를 구하려고 했다더군요.”
이 푸른 눈의 청년은 경남 창원 공장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그리고 면접을 거쳐 지난해 6월 본사의 정식 사원으로 채용됐다.
크리스가 윤리사무국에서 맡은 일은 해외법인의 현지 채용 직원에게 LG전자의 윤리경영을 교육하는 일이다. 일본·네덜란드·프랑스·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중국·미국 등 곳곳을 강사 일 하느라 1년 넘게 누볐다.
크리스를 두고 처음엔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금세 그만두는 거 아냐’ 하는 시선이 적잖았다. 물론 스스로 처음엔 적응이 힘들긴 했다. “퇴근시간이 지나도 귀가하지 않는 사람이 많더군요. 휴가를 내는 데 머뭇머뭇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고요.”
희망을 묻자 주저없이 “LG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LG전자 사장이 되는 게 목표예요. 글로벌 기업이 되면서 파란 눈의 CEO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잖아요.”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