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윈.윈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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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68년 미국(美國)의 펜타곤은 DIA(국방정보국)와 CIA(중앙정보국)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한 보고서를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에게 제출했다.이 보고서는 다음의 2개 중심테마로 구성돼 있었다.
첫째,미국은 2.5전략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둘째,미국은 핵(核)공격에서 세컨드 스트라이크 포스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이는 2차 세계대전후 미국이 유지해온 세계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2.5전략이란 1+1+0.5로 이뤄진다.처음의 1은 대(對)소련전,다음의 1은 대중국(中國)전,나머지 0.5는 지역분쟁으로,세가지 전쟁을 동시 수행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이다.세컨드 스트라이크 포스처는 핵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미국은 상대가 제1격(퍼스트 스트라이크)을 가해온 다음 제2격(세컨드스트라이크)을 가할 수 있는 핵전력을 갖춤으로써 상대가 감히 핵공격을 생각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펜타곤 보고서는 2.5대신 1.5전략으로,세컨드 스트라이크 포스처 대신 퍼스트 스트라이크 포스처로 전환하도록 건의했다.이는 힘의 균형에서 소련에 비해 미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던 시대는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의 수렁속에 있었다.
2.5전략을 1.5전략으로 바꾸는 것은 소련과 중국중「덜 위협적인」쪽을 잠재적 적국(敵國)리스트에서 빼는 것을 의미했다.
미국은 중국을 택했고,리처드 닉슨대통령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기에 이르렀다.이같은 정책전환엔 중.소(中.蘇)분쟁 이 크게 작용했다.미국외교로선 큰 행운이었다.
1.5전략은 그후 미국의 기본적인 세계전략이었다.그러나 냉전종식과 소련블록 붕괴로 주요 적국과의 관계는 크게 호전(好轉)된 반면 세계 곳곳에서 지역분쟁이 빈발하면서 미국은 이에 대처하기 위한 새 전략을 개발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윈-윈전략이다.윈-윈전략에서 미국은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분쟁을 2개로 설정,동시대응(對應).동시승리를 상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군사비 감축 추세를 고려,미국의 윈-윈전략 수행능력에 대한 회의론(懷疑論)이 나오고 있다.중동(中東)과 한반도(韓半島)에서 동시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과연 미국은 양쪽상황에 모두 대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제네바 핵회담이 난항을겪는 요즘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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