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정동영과 단일화 논의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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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국현(사진(左)) 창조한국당 후보는 18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후보 단일화 및 연합 제안에 대해 "지금 이 단계에서 알맞은 논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할 것 같다. 국민은 지금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을 바라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런 모습엔 관심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후보는 인터넷 토론회에서도 "지금은 (제안을) 받을 수 없다. 정동영 후보가 백의종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후보와의 연대에 부정적이던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단일화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 단지 지금은 단일화 논의의 적기가 아니라는 데 무게가 있을 거라는 시각도 많다. 문 후보 캠프의 장유식 공동 대변인은 "(문 후보가) 압박을 느끼는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곽광혜 공동 대변인은 KBS와 MBC가 지지율 10% 이상 후보(이명박-이회창-정동영) 토론회를 추진하는 데 대해 "정동영 후보의 단일화 제의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3인 토론이 옳은지, 문 후보를 포함한 4인 토론이 옳은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TV 토론 참석과 단일화 문제를 연계시킨 모양새다.

한편 이인제(右)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초 이날 정 후보 측을 겨냥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기자들에게 통보했었다.

그는 "신당이 '4자 회동(정동영+이인제+오충일+박상천)'의 합당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면 대통령을 만들어낼 자격이 없고 당의 문도 닫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를 취소했다. 다른 일정도 잡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신당과의 합당 후속 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할 경우 이 후보는 20일께 기자회견을 열고 '독자 출마 강행'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는 신당과의 협상 상황을 점검한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가 이긴다는 생각으로 후보 단일화 결단을 내렸겠느냐"며 "한나라당이라는 수구세력이 집권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결단했던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는 결국 정동영 후보를 밀어주는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

이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에 "나는 1997년 대선 때도 혼자서 버스로 전국을 다니며 500만 표를 얻은 사람이다. 뭐가 두렵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밤까지 계속된 막판 협상에서 민주당이 양보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자 이 후보는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독자 출마냐, 합당 조건을 양보하느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욱.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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