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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범죄 대책 급하다-증인.피해자 보호규정은 말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존파」연쇄 살인사건등 잇따른 강력범죄로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진 가운데 10일 수원에서 발생한 증언자 가족 보복살인 사건은 지난달 29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김도언(金道彦)검찰총장이『범죄신고자와 피해자.증인등의 보호와 신고.고발내 용에 대한보안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전국 검찰에 지시한 직후 발생해 더욱 충격적이다.
범죄 신고자 보호와 범죄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는「증인에 대한 신변안전조치」가 규정돼 있으나 검사장회의에서 철저한 시행을 지시할 정도로 유명무실한 상태였고 그같은 허점이 또다시 시민의 피해를 부른 것 이다.
시민들은 날뛰는 범죄를 잡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용기있는 고발과 증언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이처럼 범죄피해자.신고자들이 범죄인들의 보복대상으로 노출되는 상황은 치안의 위기상황이며,실효성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범죄피해자나 증인들에 대한 보호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90년6월13일 서울지법 동부지원앞길에서 변운연(邊運淵.당시 24세)피고인등 범인 3명이 법원에서 증언을 마치고 나오던 임용식씨(33)를 흉기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은 보복의 우려가 큰 범죄피해자나 증인등에대해서는공개된 법정대신 재판이 열리기전 비공개리에 증언을 하게하는 증거보전신청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피해자등 보호법」을제정하겠다고 법석을 떨었으나 아직까지 구체화 된 법 시안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보복범죄는 오히려 늘고 흉포화돼 지난해 44명이 적발돼 32명이 구속됐고 올들어서는 8월말까지만 29명이 적발돼 23명이 구속된 것으로 법무부 집계에서 드러났다.
최근 강력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치안을 책임진 국가공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자 법무부는 지난달 29일의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가칭「범죄신고자등 보호법」을 연내에 제정키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범죄피해자등을 적극 보호키 위해 수사실무상 분리신문.증거보전절차를 철저히 시행하는 것은 물론 신고자등에 대한 신변보호및 신고 장려금 지급을 위한 기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김보환(金甫煥.동국대 경찰행정학과)교수는『증인의 신분보장을 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이뤄져야 하며 될 수 있으면 증인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교정기관과 경찰이 강력범죄자등의 출소에 관한 정보교환을 원활히 해서 문제인물에 대해 출소후 일정기간을 지켜보는 예방적 차원에서의 조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중(李昊重)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외국의 경우 적극적인 증인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증인 비공개,증인의 신원변경등 여러 증인 보호책을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자의 보호신청이 있을 때만 보호에 나서는 소극적인 방법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특히 수사주체인 검.경이 피해자나 증인을 단순한 수사대상이나 도구로만 인식,이들에 대한 보호의식이 전무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인섭(崔仁燮)형사정책연구원 범죄연구실장은 또『수감기간중 교정.교화활동에 많은 예산을 투입,성향파악과 재범의 소지를 줄여나가고 출소후 범행종류에 따라 수시면담등을 통한 보호관찰제도를도입해 실시하는 것이 보복범죄를 줄여나가는 방안 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원(金學元)변호사는『증인등의 보호를 위한 안심할만한 수준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한 피해자.목격자등의 증언기피로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수사및 재판이 벽에 부닥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증인보복이라는 2차범행을 확산시 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독일등 선진국의 경우 조직범죄자.강력범.성폭행사범등의 피해자.신고자.증인.참고인등에 대해서는 이미 각종 보호장치가 마련된 보호법을 제정,이들의 안전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다.
〈金佑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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