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잔주름 쫙 펴는 약 없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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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스산하다. 낙엽이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거울을 보기가 쉽지 않다. 윤기를 잃은 피부는 갈수록 골이 깊어진다. 피부에 봄기운을 불어넣을 수는 없을까. 이런저런 화장품을 골라 보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다. 피부트러블이 걱정되는가 하면 효과도 의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심정을 반영하듯 레티노인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안정성과 효과성을 높인 레티노인산 유도체(레티노에이트)는 무엇이고, 어떤 효능이 있을까.

◆늙는다는 것은=세월이 흐르면 피부도 늙는다. 피부세포의 활성이 저하돼 진피(표피 바로 아래층)의 탄력섬유(콜라겐·엘라스틴)가 감소하는 것이다. 피부의 콜라겐은 25세를 정점으로 매년 1∼2% 감소돼 60대가 되면 30∼40%가 소실된다. 수분의 함유량도 떨어진다. 노인의 피부는 젊은 층 피부 수분 함유량의 60% 수준. 낙엽처럼 피부도 말라 가는 것이다. 통통한 아기 손과 주름 잡힌 할머니 손을 비교해 보라. 특히 나이가 들면 각질이 많이 생긴다. 세포 재생 능력이 감소돼 피부의 교체 기간이 빨라지면서 미처 탈락되지 못한 피부가 각질로 남기 때문이다.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것은 자외선·흡연·과로·스트레스와 수면·영양 부족이다. 특히 자외선은 콜라겐 분해효소(MMP)를 증가시켜 노화를 부채질한다. 흡연은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피부세포로 가는 영양을 차단, 빈사상태를 만든다. 열심히 영양크림을 바르면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수면 부족·스트레스도 마찬가지 원리로 피부를 지치게 한다. ‘미녀는 잠이 많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노화 지연은 가능한가=요즘 얼굴만 보고 나이를 가늠하다 ‘망신’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 심한 경우 같은 나이라도 10년 이상 오차가 발생한다. 같은 피부인데 왜 이 같은 차이가 날까. 피부는 관리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우선 피부는 가꿀수록 빛이 난다. 피부를 명품처럼 아끼라는 얘기다.

과학적으로 인정된 물질이 레티노인산이다. 친근한 용어로 표현하면 생체활성을 갖는 ‘비타민 A’다. 레티노인산은 이미 1980년대 여드름 치료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86년엔 광노화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92년과 94년엔 각각 기미·잡티 완화에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됐다.

이후 레티노인산의 효능은 더욱 확대됐다. 콜라겐 분해효소를 줄이는 한편 콜라겐을 오히려 합성하는 기능이 인정된 것.

현재 국내에서 레티노인산은 병원에서 의사에 의해서만 처방되고 있다. 화장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지 못하는 것은 장기간 사용 시 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레티놀에서 레티노에이트로=피부 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진피 내 콜라겐과 같은 탄력섬유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이 자외선 등 유해인자에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셋째는 표피의 과각질화 방지다. 피부의 재생 시간이 일정해 각질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부 가장 외측인 각질층에 충분한 피부 보호막이 형성돼야 한다. 수분 함유량을 높여 피부 건조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레티노인산은 비교적 이 같은 피부 노화 개선 조건을 충족시킨다. 문제는 안정성. 따라서 레티노인산의 효능을 유지하면서 안정성을 보장하는 물질 개발이 관건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레티놀을 위시해 레티닐 팔미테이트, 메디민A와 같은 유도체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효능 면에서 아직 레티노인산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레티놀의 경우엔 콜라겐 합성을 위한 레티노인산 전환율이 미미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보건복지부 국책과제로 개발된 ‘레티노에이트’는 레티노인산의 효과를 유지하면서 안정성까지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결과, 12주 후 주름 개선율 8.61%, 주름 깊이 개선율 13.39%, 진피 두께와 진피 치밀도는 각각 9.3%, 25.88% 증가했다. 레틴놀에 비해 콜라겐 합성력 8배, 6시간 빠른 흡수력, 빛에 대한 안정성이 네 배 높아 낮에도 사용할 수 있는 강점도 보였다. 미국·일본·유럽 특허와 함께 과기부 신기술 인증(NET)도 받았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 피부과 이승헌 교수,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

레티노에이트 사용 전 피부 상태는 진피(흰색 아래쪽 초록색 부위)의 조밀도가 많이 떨어져 있다. 그러나 치료 8주 후 진피의 조밀도가 높아지고, 두꺼워졌다. 이것은 피부 주름이 개선되고 탄력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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