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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국회 발언대] 상습 성범죄자 격리 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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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부천에서 실종된 초등학생들, 포천에서 실종된 여중생 모두 변태성욕자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주목받는 사건 외에도 여자 혼자 사는 원룸만 골라 수십차례 이상 강도와 강간을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사건이 적지 않다. 창원에서는 상습적으로 길 가는 여성을 실신시킨 뒤 성폭행한 고교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중 한 어린이는 목을 너무 심하게 졸려 숨지기까지 했으나 범인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상습 성폭행을 다른 범죄와 구분해 생각해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상습 성폭행범은 출소 후 거의 재범을 한다. 어쩌면 상습 성폭행을 하고 교도소에 들어간 범죄자들은 재소기간 내내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출소하면 또 '그짓'을 할 생각만 하면서 세월을 보낼지도 모른다.

다음으로는 성폭행이나 살인 이외의 다른 범죄는 대개 경제적 보상이나 신체적 치료에 의해 상당한 정도의 보상이 가능하지만 성폭행과살인의 피해는 다른 어떤 보상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사기당한 사람은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으면 상당히 큰 위안을 얻을 수 있고, 다친 사람은 치료해서 큰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면 역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보상이 된다. 그러나 자신의 신체가 다른 사람의 성욕 충족을 위해 강제로 유린되는 성범죄의 경우 금전적 보상이나 의학적 치료로 완치되지 않는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상습적 성범죄자의 경우 지금보다 강력한 격리방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위스는 지난 8일 국민투표를 통해 위험한 성범죄자를 평생 사회에서 격리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새 법안은 2인 이상의 전문가가 위험하거나 갱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성범죄자의 경우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종신 구속할 수 있고, 재감정이나 가석방을 불허하는 내용이 골자다.

스위스가 국제적으로 전례가 드문 강도 높은 성범죄 처벌 법안을 마련한 것은 성폭력 범죄 전과자들이 석방된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 시민 사이에 사회 격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성범죄 피해자 가족의 주도로 20만명의 서명을 얻어 발의됐으며 국민투표 결과 26개 칸톤(주) 가운데 24개 칸톤이 찬성했다고 한다.

성폭행범의 인권 유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성범죄의 심각한 사회적 악영향을 고려하면 한국에서도 가능한 한 빨리 이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본다.

박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