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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美언론 비판 외교마찰 우려 청와대 불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발언을 미국의 유력일간지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 韓美간 외교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가 긴급 진화작업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같은 보도가 한국정부 지도자의 분위기를 일단 반영한 것으로 보지만 그것으로 韓美간 협조가 금이 가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난 7일 金대통령이 뉴욕 타임스 발행인 아서 설즈버거와 광고담당 부사장 윌리엄 폴랙,동경지국장 제임스 스턴골드 등을 접견했을때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NYT가 보도한 내용중 『金대통령은 미국의 기본적인 대북한(對北韓)협상자세가 순진하고(naive),지나치게 신축적(flexible)이라고 직접 비난했다』는 대목은 金대통령의 직접 발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NYT가 주관이 담긴 해석 을 덧붙여 기사를 키웠으며 金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배석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金대통령이 다른 얘기끝에 NYT의 사설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北-美협상과 관련한 소신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잘못은 없다.문제는 북한에 대해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우리는 4백회 이상북한과 대화했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다.그들에게는 진실성이 없다.중요한 것은 미국이 그들의 술수에 끌려다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미국정부보다 미국언론에 대해 불만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설익은 타협을 해놓고 미국 언론들이 이를 훌륭한 합의라고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더욱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대목과 『미국이 아이티.쿠 바.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상황이 훨씬 열악한 북한에 대해서는 제기하지 않는 것을이해할 수 없다』는 대목등은 NYT등의 보도태도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표시였다는 얘기다.
정부에선 金대통령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은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과 통화했고 정종욱(鄭鍾旭)외교안보수석은 레이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전화해 보도경위를 해명했다. 金대통령은 NYT와 만난 하루뒤인 지난 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韓美간에 어느 때보다 확고한 공조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대원칙하에서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핵 문제를 미국내 중간선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외교경로로 전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金대통령의 발언으로 보도된 내용에 대해『그럴 수 있겠다』고 수긍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적어도 NYT보도가 정확하진 않다 하더라도 金대통령과 우리정부의 미국에 대한 시각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 다는 점이다.金대통령등은 클린턴 행정부가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북한핵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미국은 한국을 배제한채 연락사무소 설치원칙에 합의했는가 하면북한핵 문제를 핵확산 금지조약(NPT)의 붕괴를 막는다는 원칙으로 접근한다는 지적이다.이에비해 한국은 이 문제를 남북문제의하나로 보고있어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이홍구 (李洪九)통일부총리가 미국 북한핵 협상책임자인 갈루치에 대해 『미국이 한국전문가가 아닌 핵확산 방지전문가들에게 의존함으로써 입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부분은 새겨볼만하다.
적어도 金대통령은 한국에 비판적인 NYT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미국정부의 대북한협상이 지나치게 유화적이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볼수 있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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