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작 하나 하나에 쏠리는 선수·관중 시선이 너무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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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결혼이요? 할 때 되면 하겠죠. 지금은 심판 일이 더 좋아요.”

프로농구(KBL) 첫 여성심판인 박윤선(35)씨가 1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T&G와 KTF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지 11년. 심판은 ‘금녀의 영역’이었다. 여자 프로농구(WKBL)에서는 여성심판이 활동하고 있지만, 보다 격렬하고 빠른 프로농구에서는 남성 심판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박씨는 프로농구 심판을 너무 해보고 싶었단다. 그는 “결혼도 중요하지만 내 인생 목표의 0순위는 심판으로 코트에서는 것”이라며 “여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심판은 “준비를 많이 해서인지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 “여자나 남자나 농구 경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 농구 코트는 낯설지 않다. 1991년 덕성여고를 졸업하고 상업은행에 입단해 2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이후 사회체육센터 농구 강사와 생활체육농구연합회 행정실장을 거쳐 2002년부터 4년간 여자 프로농구에서 심판을 맡았다.

2년간의 짧은 선수생활이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선수보다는 심판으로서 코트를 누비는 것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박 심판은 "선수시절엔 한 번도 조명을 받아본 일이 없어요. 그런데 심판을 하면 사람들이 제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잖아요. 그게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특별히 프로농구행을 원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요?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에요. 모든 심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프로농구 무대에 서는 거니까요.”
신현수 KBL 심판위원장은 박 심판의 선발 이유에 대해 “성별에 관계 없이 전체 지원자 중 체력·필기 테스트에서 월등해 선발했다”며 “실력을 갖춘 지원자가 많아 여성 심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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