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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병원이 환자 많이 속여요 … 알아야 손해 안 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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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병원에서 찜찜하거나 불쾌한 감정을 경험한 이들이 적지 않을 터다. 전문지식이 없기에, 사정이 급하기에 불만을 갖고도 이리저리 휘둘린 탓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들의 갑갑증을 속 시원히 달래줄 책이 나왔다. 강주성(44)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가 쓴 『대한민국 병원사용 설명서』(프레시안북)이 바로 그 책이다.

“1999년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누이동생의 골수를 받아 다행히 건강은 회복했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우리 의료 시스템의 불합리한 점을 많이 봤죠.”

퇴원 후 그는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조직해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투쟁을 벌였다. “2005년에야 우리 요구가 수용됐으니 3년 넘게 걸린 거죠” 그 과정에서 그는 아예 생업을 젖혀 둔 채 의료 시스템의 제도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시민운동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었다. 2003년 일이다.

“지금은 9명의 직원이 사례연구, 시민 고충 해결, 제도 개선 연구 등을 합니다. 외부의 도움도 받아 전문성을 높이기도 하고요.”

단순히 목소리만 높이는 시민운동이 아님을 강조한다. 실제 책을 보면 일반인이 알 수 없는 문제점이 여럿 드러난다.

“병원에선 환자에게 처방전을 두 장 발행해 주도록 법에 정해 있습니다. 한 장은 환자가 보관했다가 부작용이 생길 때 등에 요긴하게 쓰라는 이유인데 약국에 줄 것만 발행하는 의사가 많습니다. 발행비는 치료비로 받으면서요.”

“법에는 선수금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백혈병 등 치료비가 많이 들 환자에겐 대부분의 병원에서 입원보증금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심지어 공증을 요구하는 병원도 있으니….”

그의 지적은 마냥 이어질 듯했다. 그는 무엇을 위해 시민운동을 하고, 또 이 책을 썼을까.

“우리 모두 언제든 환자로 병원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환자를 속이는 병원들의 실태와 올바른 의료 이용을 위한 지침을 알아두어야 손해 보는 일을 줄이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그는 쉼 없이 전문가를 만나고 책과 인터넷을 뒤진단다. 그렇게 책을 썼으니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의사 개개인보다 시스템의 문제가 많긴 하지만 무엇보다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환자들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시작했는데 의사나 보건당국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의료계에 대한 그의 ‘진단’이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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