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전문가들 ‘깊이 있는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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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한민국 논쟁과 대안

중앙일보 편집국 엮음
중앙북스,
400쪽, 2만원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말이나 글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자기 입장을 변호하고 협상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일부에선 이에 대한 해결책이 단순히 국제 언어가 되어버린 영어를 더 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점은 토론자가 네 가지 기본 요소, 즉 ‘읽기’ ‘조사하기’ ‘쓰기’ ‘말하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비평적이고도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2004년 한국토론협회를 설립해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우리 교육은 그런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논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론’ 역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으나 아직 ‘토론’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토론방식을 수업에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사용할만한 교재가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이런 책이 나온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책은 2년이 넘도록 매주 신문에 실렸던 기획물을 정리한 것이다. 현장 일선에서 뛰는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사회 현안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이 찬반토론을 벌여 대안을 모색한 특집을 가려 뽑은 것이다. 한·미 FTA 등 따끈따끈한 주제를 다뤘으므로 대입 본고사를 앞둔 수험생들의 논술 교재로나 토론의 비중이 높아지는 입사시험을 대비한 교재로 더없이 시의적절하다. 여기에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타인의 의견 경청과 자기 생각의 정리· 전개 방식을 실전처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값지다.

 중고등학생 시절 다양한 방식의 토론에 눈을 떠가고 있을 때 필자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Herbert Levine의 Point-Counterpoint라는 교재였다. 주제별로 권위자들의 찬반의견을 정리해 놓은 형식으로 처음에는 논거를 어떻게 형성해야 할지 배우도록 도와주고, 얼마 후에는 각 논거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변호하거나 반박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줬으며, 나중에는 내가 스스로 만든 논거 및 반박하는 내용이 어떠한지 검증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되었다.

 이 책은 내용과 형식이 그에 못지 않다. 그 때문에 학생과 교사 모두를 올바른 토론으로 인도해 주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슈아 박 <한국토론협회장· 하버드대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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