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야기>외국인투자한도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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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6%에서 3%로 낮춰라.」 이것은 미국 제1의 증권회사 메릴 린치에 버금가는 스미스 바니(SB)의「아시아리포트」가 지구전역의 증시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최근 추천한 아시아지역 포트폴리오 전략의 일부다. 『외국인한도 2~3% 확대시기는 빨라야 11월이고 만일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거나 국제수지 흑자로 인해 한국정부 당국이 자본유입을 억제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더 늦어질지 모른다.살 수 없는 주식을 추천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못된다.』 이 예측대로(?)재무부는 지난5일 외국인한도를 오는 12월1일부터 현행10%에서 12%로 늘린다고 발표했다.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대략 홍콩의 3배,말레이지아의 5배,인도네시아의2배인데,SB 아시아지역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주 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홍콩 50.0%,말레이지아 15.0%,인도네시아가 우리와 같은 3%다.한국의 비중이 턱없이 낮다는 느낌이다.상장기업의 시가총액기준 비중을 봐도 홍콩 22.2%,말레이지아 15.
3%,인도네시아 2.7%에 비해 한 국은 10.0%다.말레이지아와 인도네시아는 주식시장규모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음에 반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왜 그럴까.
국내 경제의 전망이 어두운 때문은 아니다.아시아리포트는「한국의 수출은 대폭 성장하고 있고 투자와 산업생산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금년의 기업이익은 예상을 웃돌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미 가지고 있는 주식은 계속 보유하라고 권했다.
94년과 95년의 예상주당이익(EPS)성장률을 비교하면 인도네시아는 각각 13%,25%인데 한국은 23%,21%이다.금년과 내년의 예상PER는 인도네시아가 각각 23배,19배인데 한국은 25배,21배로 큰 차이가 없다.
결국 SB의 포트폴리오에서 두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는 시장개방의 폭과 질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같다.외국인의 주식취득한도가 한국은 10%인데 우리보다 앞서 89년9월에 시장을개방한 인도네시아는 49%다.일본 대장성이 아직 한국증시를「지정증권거래소」(일본의 개인투자자가 자유로이 투자할 수 있는 해외 증권거래소)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도 이런 점일지도 모른다. 외국인한도가 소진된 주식들은 크고 작은 프리미엄부 가격으로 외국인들간에 매매되고 있는데 이 사실이 한국주식이 저평가되었음을 의미하는가,아니면 포트폴리오(위험)분산효과를 위해 낮은 수익률(자본이 필요한 우리 입장에서는 낮은 자본비용 )을감수하고 있는 것인가,음미해볼 만하다.
외국투자자금의 유입이 물가불안.경영권 침해.「국부의 유출」등골치아픈 문제들만 야기시킨다는 경직된 사고는 과연 옳은 것인가.외국금융회사와의 경쟁유발,세련된 금융기법의 도입등은 국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낮은 자본비용은 투자와 고 용증대 나아가서는 한국상품의 대외경쟁력을 높이는 이익은 생각할 수 없는가.
국제화는 국제화된 생각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권성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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