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T&G 상승세 무섭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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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폭풍처럼 달리는 KT&G가 15일 인천 원정에서 전자랜드를 83-77로 꺾었다.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의 상승세를 탄 KT&G는 7승5패로 단독 3위에 올라섰다. 전자랜드는 4승7패로 추락했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농구가 높이의 경기라고 하지만 스피드는 높이 이전에 필요한 기본이다. ‘안단테 프레스토’, 단테 존스를 버리고 빠른 스피드로 거듭난 KT&G가 그랬다.

 수퍼스타는 없지만 빠른 가드 주희정의 지휘 아래 은희석·황진원·양희종 등 빠르고 수비가 뛰어나며 이타적인 팀플레이어들이 중심이다. 그들은 사력을 다해 상대를 쥐어짜다가 틈이 생기면 바람처럼 속공을 한다. 지저분하게 경기하지는 않지만 1980년대 후반 미국 프로농구에서 배드 보이스라는 별명을 가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연상된다. 거칠고 빠르게 달리는 KT&G의 배드 보이스가 한 차례 휘몰아치고 가면 상대 코트는 폭풍을 맞은 듯 쑥대밭이 된다.

경기 전 분위기는 전자랜드 쪽이었다. KT&G는 평균 27득점을 하는 외국인 선수 마퀸 챈들러가 체육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다가 허리가 삐끗했다. 전자랜드 선수들이 방심을 할 만했다. 그러나 KT&G 선수들의 스피드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KT&G의 속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KT&G가 ‘차’를 떼고 경기했는데도 1쿼터가 끝났을 때 30-19, 11점 차이가 났다.

전자랜드는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부족한 KT&G의 골밑을 테렌스 섀넌과 한정원·이한권이 집요하게 후벼 파며 추격을 했다. 4쿼터 초반 4점 차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아껴 뒀던 KT&G의 배드 보이스가 다시 가동되자 전자랜드는 앞길을 찾지 못했다.

인천=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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