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미묘하게 얽힌 삼성특검 4각구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삼성비자금 특검법안을 놓고 형성된 청와대-3당 연합(대통합민주신당+민노당+창조한국당)-한나라당 간의 대치구도에 이회창 무소속 후보까지 끼어들면서 미묘한 4각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마치 청와대가 3당 특검법안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데, 청와대는 특검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수사 대상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청와대의 문제 제기는 국가 사법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일 뿐 그 외 다른 정치적 고려는 없다"며 "민노당이 청와대의 삼성 봐주기라고 얘기하는 것은 편협하고 한심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특검법안 중 수사 범위와 같은 일부 사항을 수정하면 수용하겠다는 뉘앙스다.

때맞춰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특검법안 일부를 수정할 뜻을 밝혔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3당이 공동 제출한 특검법안에 대해 "수사기간이 200일이라 너무 길고 수사 범위도 광범위한 게 사실이다. 어떤 면에서 특검의 권한.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3당 안은 민노당이 제안한 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우리도 문제점을 느꼈지만 손 대자고 하면 민노당이 우리의 진의를 의심할 수 있어 일단 그대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3당이 낸 특검법안은 위헌적 요소가 많지만 우리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하면서 합리적으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에서 지적한 부분과 우리 안이 묘하게 비슷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자신의 독자 법안에 '2002년 대선자금'(노무현.이회창 후보를 겨냥)과 '최고권력층 로비자금'(당선 축하금)을 포함시킨 데 대해 청와대는 펄쩍 뛰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표적이 된 이회창 후보도 이날 "정치적 의도나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