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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도 경쟁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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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구내식당이 고급 레스토랑처럼 변신하고 있다. 서울 목동 방송회관 내 구내식당인 엠키친에서 직원들이 샐러드바를 이용하고 있다(맨 위). 작은 사진은 위부터 엠키친의 메뉴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금강오길비 사옥 내 구내식당, 경기도 성남시 구미동 현진에버빌 구내식당 모습.

새우볶음밥과 탕수육, 고추잡채와 꽃빵, 해파리 겨자채…. 9일 경기도 성남시 구미동의 현진에버빌 본사 지하 1층 구내식당. 점심 메뉴는 중국식 고급 코스 요리를 방불케 했다. 식당 한쪽엔 훈제연어, 야채와 열대과일, 디저트용 과자가 놓인 샐러드바가 있다. 원목 식탁에 쿠션 있는 의자, 검은 정장을 입은 배식 도우미들도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아워홈에 의뢰해 구내식당을 밝고 고급스럽게 확 뜯어고쳤다. 1인당 식사 단가를 3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리고 그중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경영혁신팀의 장승열 과장은 “구내식당 이용률이 90%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직원들 사기가 올라간 것 같고, 식사 후 업무 복귀 시간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기업 구내식당이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변모하고 있다. ‘밥을 맛있게 먹어야 즐겁게 일한다’ ‘구내식당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구내식당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 회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현대푸드시스템의 송민종 영업기획과장은 “1조5000억원 정도의 급식 시장에서 5~8% 정도가 프리미엄 식으로 운영되는 걸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급식’으로 불리는 고급 구내식당은 1인당 단가가 4500~6000원에 달한다. 일반 구내식당(2500~3000원)의 두 배쯤이다. 대량 구매에 따른 식재료비 절감 효과까지 감안하면 일반 음식점의 1만원짜리 식사에 버금간다는 게 급식 업계의 주장이다. 스테이크·스파게티·갈비찜 같은 고급 주 메뉴가 있고, 즉석 요리 코너와 샐러드바가 뒤따르기도 한다. 식사의 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분위기 음악에도 신경을 쓴다.

특히 직원의 역량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인재 중심형’ 업종에서 프리미엄 급식 도입이 잦다. 금융·정보기술(IT)·광고 같은 업종이다. 현대캐피탈(금융)·금강오길비·광고문화회관(이상 광고)·휴맥스·엔씨소프트(이상 IT)가 1, 2년 전에 고급 구내식당을 마련했다. 조선·중공업 같은 호황 업종도 프리미엄 식당 행렬에 가세했다. STX가 근래 구내식당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엔씨소프트 최영석 총무팀장은 “게임 디자인에 몰두하다 보면 끼니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 구내에서 좋은 음식을 쉽사리 먹게 된 뒤 업무 집중력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포화로 힘겨워하던 위탁 급식 업계에도 한줄기 서광이 비친다. 일부 업체는 발빠르게 엠키친(CJ푸드시스템)·델리아(신세계푸드) 같은 프리미엄 급식 브랜드를 내걸고 시장 확보에 열을 올린다. 아워홈의 추은정 홍보과장은 “프리미엄 구내식당 시장이 2년 뒤 지금의 세 배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박현영·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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