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럽에 부는 新사회주의 헝가리.폴란드 이미 좌파정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東유럽 몰락으로 한동안 입지(立地)를 찾지 못했던 사회주의가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냉전종식이후 우익(右翼)일색의 정치 판도에 유권자들이 염증을내면서 시작된 사회주의의 부활은 좌파(左派)정당의 변신 노력과맞물려 어느덧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정도로 뚜렷해지고 있다.
혁명의 신화를 벗어던지고 시민사회 안에서 건전한 비판세력으로자리잡으려는 이들 새로운 좌파를 일컫는「후기 사회주의」「후기 공산주의」라는 신조어(新造語)까지 생겼다.
지난 달 구동독(舊東獨)브란덴부르크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는 독일정부의 대대적인 反공산주의 캠페인에도 불구,舊공산당의 후예인 민주사회黨이 54%의 지지율을 획득해 최대 정치세력으로부상했다.
이달 실시될 독일 총선의 최대 이슈 역시 공산계열이 유효득표5%이상을 얻어내 의회에 진출,현재의 기민당 연정(聯政)을 흔들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영국에서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토니 블레어 신임당수가 이끄는영국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이 56%를 기록,계파간의 갈등으로 지리멸렬한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 23%를 두 배이상 앞질렀다.
노동당이 보수당을 앞서기는 대처수상의 집권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최근에는 보수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었던 일간 더 타임스紙의 오너,루퍼트 머독까지 노동당 지지로 돌아서 차기정권 획득에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는 다시 중도좌파들이 정권을 잡기 시작했다.유럽연합(EU)의 의회 선거에서도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약진했다. 한편 東유럽지역에서는 공산당의 부활이 가시화되고 있다.
헝가리의 5월 총선에서 공산당 출신들로 구성된 헝가리 사회당이 54%의 지지를 획득해 다시 권력을 잡았는가 하면,폴란드에서는 이미 지난 해 공산계열의 민주좌파동맹으로 정권이 넘어가 레흐 바웬사대통령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동유럽의 과거 회귀경향은 자본주의 이행에 수반되는 고통이나 혼란과 무관하지 않은 일시적인 반동으로 풀이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전통적인 독트린의 상당부분을 포기한 새로운 사회주의다.
『우리는 더이상 예전의 사회주의가 아니다』며 사회주의 전통을부정한 나라들에서부터 사회주의 부활이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유럽에서는 사회주의는 이제 더이상 혁명이론이 아니라야당을 지칭하는 접두사에 불과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李哲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