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회창.박근혜는 분열과 경쟁 속에 세를 확산해 가고 있는 보수 진영의 트로이카다. 2007년 대선 정국에서 이들은 물고 물리는 삼각 애증관계를 맺어 왔다.
12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란 발표를 한 뒤 세 사람 사이에 이른바 '신(新) 삼각관계'가 형성됐다. 일단 '이명박+박근혜' 대 이회창의 대결 구도로 정리된 것이다.
장내의 이명박.이회창 두 사람은 13일 서로 총부리를 겨눴다.
이명박 후보가 "그렇지 않아도 정치가 신뢰가 없는데… (이회창 후보의 탈당으로) 정치 신뢰를 떨어뜨리게 돼 가슴이 아프다"(아침 신라호텔 행사)고 선제 공격하자,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는 국가 정체성의 측면에서 아주 부족하고 불안한 후보"(오후 대구 행사)라고 반격했다.
보수 진영 트로이카의 특이한 점은 경쟁하면서 장차 하나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나이면서 서로 견제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목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최고의 양식을 가지신 이회창 후보가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 믿는다"며 이 후보의 출마 포기를 압박하자 이회창 후보는 "명예와 기득권을 버리고 출마한 이상 내 신념대로 간다. 그래서 성공할 것이다"고 응수했다.
이회창 후보는 출마 선언 전부터 '스페어 후보론'이 뒤따랐다.
대선 지지율 1, 2위 관계인 두 사람은 '현재 최대의 적'이 어느 한순간 '최대의 우군'으로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렇기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면서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상을 날리는 건 회피하는 묘한 관계에 놓여 있는 셈이다.
보수 트로이카가 펼치는 수 싸움은 현재 대선 구도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명박.이회창 두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60%를 넘는 2007년 대선의 '보수 확대 현상' 때문이다. 이른바 진보 정권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세 사람의 논리가 먹히고 있는 것이다. 저류엔 12월 대선은 물론 내년 4월 총선까지 겨냥한 전략적 계산법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의 관계는 '갈등'에서 '협조' 관계로 발전했다.
'이회창 출마 변수'를 막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동반자 선언'을 택했다. 대선 후 박 전 대표의 당권.공천권 지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장외의 박 전 대표로선 이명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 약속을 깨고 독식으로 돌아설 것을 대비해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박 전 대표 측에서 전폭적 지지 대신 "아직 선거일이 30여 일이나 남았는데…"라고 여운을 남기는 것도 좀 더 안전한 장치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회창-박근혜 관계는 일단 주춤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때 이명박 후보의 '독주와 독선'에 대해 동병상련 관계에 있었지만 지지지역(영남.충남권)과 지지이념(안보형 보수)에서 겹치는 사이다.
내년 총선에서 각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때 경쟁 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두 사람은 '미래의 적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회창 후보는 그러나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박 전 대표가 그렇게 ('정도가 아니다'고) 언급한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 발언이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하느냐는 해석하기 나름이다"라고 구애 발언을 계속했다.
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