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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라의Kiss A Book] 인성 키워 줄 ‘종합비타민’ 맛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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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성동화가 유행이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을 하나씩 콕콕 집어준다. 이렇듯 특정한 키워드에 이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책도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하지만 무심하게 흐르는 스토리 속에 보석처럼 박힌 인격의 중요한 요소를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찾아내게 한다면? 당연히 금상첨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하엘 슐테의 『우체부 파울 아저씨』(문학동네)는 배려가 무엇인지를 다정하게 가르쳐 주는 ‘실행 버전’이라 부를 만하다. 마을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날라주는 걸 천직으로 여기는 파울 아저씨와 지금껏 한 통의 편지도 받아 보지 못해 낙심천만인 세 이웃. 고민 끝에 아저씨는 가상의 인물로 둔갑해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데…. 엉뚱한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 파울 아저씨의 천진난만한 유머 감각과 기상천외한 상상력 덕분에 굳었던 입가가 절로 풀어진다.

아저씨가 전해 준 건 가공의 편지 한 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잊혀져 단지 연명할 뿐이던 고독한 이들에게는 소소한 일상의 기록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마법이었던 것이다. 한번도 우표 붙은 편지를 받아 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본 적도 없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 파울 아저씨의 막강한 사랑 메시지를 전해 보자. 건조한 심성에 촉촉한 단비가 내릴 것이다.

도로시 로즈의 『옥수수가 익어가요』(열린어린이)는 용기·인내·가족사랑, 그리고 삶에 순응하는 ‘진인사대천명’까지 차근차근 전부 맛보게 해 주는 종합선물상자다. 아무리 지구의를 돌리며 상상의 나래를 펴 봐도 선뜻 품어 안기 힘든 머나먼 마야가 배경이라 더욱 반갑다.

아빠의 사고로 황량한 옥수수밭 농사를 떠맡은 임시 가장 티그레. 철없는 열두 살 소년이 힘에 부친 농사일을 통해 깨달은 삶은 어떤 빛깔일까. 노력하고 인내하는 자의 편이 돼 주는 세상, 하지만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소까지 가미된, 알 수 없는 인생. 티그레는 복잡다단한 생의 도전장을 손에 쥐고 앞으로도 부쩍부쩍 키가 자라고 정신이 자라고 의지가 자라나리라.

그토록 경멸하던 흑인 노인을 통해 시련에 맞서는 용기와 인내를 배운 시각 장애 소년 이야기 『티모시의 유산』(뜨인돌) 또한 예기치 않게 닥쳐온 고난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대상 연령은 단단한 인격의 기반을 다져 가는 11세 이상의 어린이와 아이의 균형 잡힌 인성 교육을 위해 종합비타민을 찾고 있는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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