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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TV는 사회의 가정교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KBS가 긴급 편성제작회의를 열어 폭력성과 국민윤리 측면에서문제가 있다고 본 2개 프로그램을 전격 폐지하는 용단(勇斷)을내렸다.MBC도 선정보도의 적극 자제를 다짐했다.우리는 이런 결정의 정신이 드라마나 일반기획 프로그램 뿐 아니라 일상적인 방송뉴스 보도에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존파사건 보도에 있어 결과적으로 흉악범을 영웅시한 것과 같은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 자세는 차제에 신중한 연구를 거쳐 시정돼야 할 것이다.이 경우 영국(英國)BBC방송의 「프로듀서 지침」(Producers' Guideline )은 우리 방송보도에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이 지침에는 범인의 직접 인터뷰는 간부의 자문을 거쳐야 하고,범인이 잘못을 과장하거나 사회정의를 비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명백한 규정이 있다고 한다.이런 규정에서 볼때 우리 언론은 그동안 흉악범 보도에 있어 명백한 잘못을 저질러 왔음을 확인하게 된다.
TV매체는 신문보다 월등한 전달효과를 지닌다.그래서 이 사회를 비웃는듯한 조소와 발언,조금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당당한흉악범들의 자세를 TV를 통해 보노라면 윤리와 기강이란게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된다.가치관의 전도(轉倒) 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런 보도가 쌓여짐으로써 범죄에 대한 무감각을 가져오고,이 무감각에 충격을 주기 위해 살해자를 38명에서 50명으로 목표까지 설정하는 살인 기네스대회가 나오기까지 하는 것은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윤리와 기강 뿐이 아니다.청계천 어디서는 어떤 무기를 살 수있고,살해방식.장소선정등 모든게 여과없이 안방까지 전달되니 모방범죄가 안나올 도리가 없다.여기에 범인들의 현장검증 과정을 마치 스포츠중계하듯 해대니 모방범죄에 영웅화를 곁들이는 효과까지 줄 수 있다.
TV는 이 사회의 가정교사다.특히 공영방송은 바로 부모가 해야 하는 가정교육을 대신하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방송에 임해야 할 것이다.연속극이나 일반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방송뉴스에서도폭력과 불륜 문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신중하게 보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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