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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혜주 '추풍낙엽'… 기관도 몸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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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12일 아시아 증시가 또 크게 하락했다. 도쿄 증권회사의 한 직원이 하락장세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외부에서 불어닥친 한파에 몸살을 앓았다. 미국·중국·일본에서 건너온 악재들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12일 서울 증시에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온 주도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기관투자가들이 몸을 사리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할 주체도 사라져 버렸다. 돈이 펀드로 몰리면서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몸을 사리며 해외 변수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지난 주말에 비해 67.05포인트(-3.37%) 내린 1923.42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낙폭은 지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 위기가 불거졌던 8월 10일 이후 가장 컸다. 하루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사라진 돈만 32조6900억원에 달했다.

이날 증시는 미국 증시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불안한 가운데 잠복했던 악재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낙폭이 커졌다.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이어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조짐, 중국의 긴축 조치 임박설 등에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개장 직후 코스피는 1957에서 출발했다. 오후 들어 아시아 증시의 동반 급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지선으로 여겨져 온 60일 이동평균선인 1920대가 맥없이 무너지고 1901까지 내려갔다. 장 마감 직전 코스피는 하락 폭을 좁혔지만 고점과 저점 사이의 변동 폭이 이달 들어 최대인 55.91포인트에 달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165개에 그쳤고 664개 종목이 떨어졌다.

전 업종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그동안 장세를 이끌었던 철강·화학·기계·조선 등 대형주와 중국 수혜주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두산중공업 등 기계업종은 7%가량 떨어졌고, 조선주의 맏형인 현대중공업도 3.58%나 밀렸다.

개인투자자들이 211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모두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는 계속 이어져 누적 순매도 금액이 2조1000억원에 달한다. 넉넉한 실탄을 가진 기관투자가들도 불투명한 외부 변수에 선뜻 주식 매입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협회는 이날 전체 주식형 펀드의 설정 잔액이 9일 기준 100조32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9일 하루 동안에만 9194억원의 돈이 펀드로 몰렸다. 그러나 기관들은 이날 259억원어치의 주식을 팔면서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였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허필석 주식운용본부장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1860선 정도까지는 조정을 예상하기 때문에 기관들도 공격적인 투자 확대보다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신권은 이날 38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최근 돈이 몰렸던 ‘미래에셋인사이트’ 펀드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펀드가 매수·매도를 하지 않고 관망했다는 게 허 본부장의 설명이다.

시장이 냉각되면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는 한풀 꺾였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이윤학 부장은 “당분간 미국 증시가 바닥을 찍고 일어서기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코스피 지수는 1900대 초반에서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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