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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부자 투자자들 '주식형'갈아타 고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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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권사 PB(프라이빗 뱅킹)센터를 통해 10억원을 굴리는 朴모(54.자영업)씨는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주식형 펀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전형적인 '위험 회피형' 투자자였다.

그는 지난 수년간 투자액 중 일부만 채권형 펀드에 넣었을 뿐 대부분의 돈은 확정금리형 상품에 투자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증권사 직원한테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가 당분간 지속되고, 경기도 완만한 회복세에 있는 만큼 주식형 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유받고 마음이 흔들렸다.

결심을 굳힌 朴씨는 지난해 7월 2일 주식형 펀드에 3억원을 투자했고 같은해 11월 12일 펀드 만기 때 2천6백70만원(세후 기준)의 수익을 손에 쥐었다. 1백일간의 투자를 통해 그가 얻은 수익률은 8.9%. 용기를 얻은 朴씨는 이틀 후 원금 10억원을 모두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지난 6일 현재 세후 7천만원(7%)의 평가 수익을 얻고 있다.

朴씨처럼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들은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이는 앞선 투자로 상대적인 고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1백여명으로부터 1인당 최소 3억원 이상을 받아 모두 8백억원을 운용하는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PB센터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35.1%에 불과했던 주식형(주식혼합형 포함) 펀드에 대한 투자비중이 지난해 말에 54.4%, 올 1월 말에는 58.6%로 급증했다.

지난해 6월 말 이후 지난 6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27% 상승했는 데도 투신권의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같은 기간 10조2천여억원에서 7조9천9백여억원으로 2조2천여억원 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자들은 대신 채권형(채권혼합형 포함) 펀드의 비중을 16.7%에서 7.3%(1월 말 기준)로, 대기용 부동자금이 주로 예치되는 머니마켓펀드(MMF)는 24.1%에서 11.5%로 크게 줄였다. 확정금리형 상품의 비중은 24.1%에서 22.6%로 1.5%포인트밖에 줄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채권형과 MMF에서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대거 이동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을 절정으로 부동산에서 비중을 줄이고 증시로 눈을 돌린 것도 부자들의 고수익 비결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부동산에서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지자 외국인들의 폭발적인 매수로 인해 상승세를 탄 증시로 투자자금을 분산한 것이다.

이들 고액 자산가들 중 상당수는 소위 '부자클럽'으로 불리는 사모(私募)펀드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최대 1백명 미만의 투자자들이 펀드를 구성하기 때문에 투자비중 제한(10%) 등 공모펀드가 가지고 있는 각종 제약에서 자유롭다.

그렇다고 사모펀드에 자산을 '올인'하는 것은 아니다. 한투증권 박미경 여의도 PB센터장은 "부자 고객들이 사모펀드에 가입하지만 무리하는 경우는 없다"면서"수익률을 지나치게 높여잡지 않고 3개월 또는 6개월 수익률을 평균 8~10%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자들이 부동산.사모펀드 등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도 하지만 전체 금융자산의 30~50%를 확정금리 상품에 유지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朴센터장은 "부자들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곳에만 투자할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라며 "돈의 흐름을 잘 꿰면서 신중하게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재산을 불려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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