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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자칼 신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자칼」로 불리는 테러리스트 카를로스가 수단에서 어떻게 체포되고 어떤 연유로 프랑스 당국에 인도됐을까.언론의 특종경쟁이 불을 뿜는 가운데 갈증을 적셔주는 『SAS:자칼 사냥』이 지난주 파리에서 출간됐다.
스파이물 작가 제라르 드 빌리에는 픽션이라기보다 사실에 입각한 「팩션(faction)」임을 강조한다.드 빌리에는 「프랑스의 제임스 본드」다.
프랑스 스와 미국(美國)특파원으로 베트남전쟁을 취재중이던 64년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이 타계(他界)했다.출판사를 하는 친구 권유로 이언 플레밍의 뒤를 잇기로 작심하고 오스트리아의 한 귀족과 무기중개상,프랑스 정보원을 종합해 「말코 왕자」라는 주인공을 만들어냈다.「제임스 본드」의 후예다.
말코의 암호는 「가장 정중한 어르신」이라는 머리글자를 따 「SAS」로 정했다.007의 대신이다.
수개국어를 구사하는 오스트리아의 귀공자 말코가 미국 중앙정보국(CIA)프리랜서 정보원으로 암약하는 「SAS시리즈」는 65년 이후 한해 평균 4권,모두 1백15권을 헤아린다.사다트 당시 이집트대통령과 인디라 간디 인도수상의 암살사건 도 다뤘다.
『자칼 사냥』을 위해 그는 5,6월을 베를린에서 보냈다.동독(東獨)정보당국의 비밀정보철에서 카를로스와 시리아 당국과의 관계가 확인된다.이 증거가 아사드 시리아대통령에 대한 협박무기로이용되고 카를로스 추방을 결과한다.
『자칼 사냥』 은 이 과정을 그렸다.탈고(脫稿)무렵 카를로스가 붙잡혀 체포사실은 책의 후기(後記)에 담았다.
『자칼의 날』을 쓴 작가 프레데릭 포사이드는 카를로스가「자칼」로 불리는 것을 노골적으로 싫어한다.자칼은 드골 암살의 암호였다.60년대초 프랑스와 유럽의 정치판도를 바꾸어 놓을만한「거사」였다.
우선 카를로스에게서는 왕년의 에스코바나 가리발디.카스트로같은역사적 테러리스트들이 품었던「거룩한 동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한다. 특정정부 비호아래 숨어다니며 뒤에서 총을 쏘고,무장없는무고한 약자들을 즐겨 죽이고,폭발물을 장치한 다음「내가 했다」고 뽐내는 성명이나 편지를 남기는 졸장부였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자신의 영웅「자칼」에 대한 모독이라는 주장이다.일본(日本)야쿠자집단을 흉내냈다는 지존파의 맹목적 살육은 더더욱낯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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