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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으로 승부”…규제엔 몸 낮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5호 09면

송창의 tvN 대표는 끝내 인터뷰를 고사했다. 지난달 18일 국정감사 문광위 방송위원회 국감장에서 공개 질타를 당한 여파가 여전한 듯했다. tvN의 개국 1주년 기념행사(19일)를 하루 앞둔 날이었기에 착잡함은 더했을 터다. “이럴 때 언론에 자꾸 노출되는 것은 tvN에 좋지 않다”고 되풀이 말했다.

선정성 논란 속에 개국 1년 넘긴 tvN

송 대표의 이런 처신은 tvN이 현재 처한 어려움을 보여준다. 지난 1년간 tvN은 그 어느 채널보다 요란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선정성·객관성·재연기법의 문제점 등으로 방송위 징계를 받은 것만 16차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소란 자체가 tvN이라는 존재의 특별함을 말해준다. 어떤 케이블TV도 이처럼 주목받은 예가 없다. 왜냐하면 ‘보여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볼까 말까 선택의 대상이 되는 ‘볼 것’을 만들어 낸 것. 그것이 tvN이 세운 이정표다.

정영환 편성팀장은 “자체 제작 노하우를 많이 쌓은 점”을 지난 1년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케이블 시장에서 tvN은 주당 10~12개 정도 자체 제작물을 편성·방영해 왔다. 그중 60%가 외주가 아닌 내부인력에 의해 제작됐다.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케이블형 성공작도 tvN 내부 역량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정 팀장은 “다음 목표는 재방률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제작 비율을 60% 선에서 유지하는 대신 편성 개수를 주당 최대 14개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 ‘19금’ 편성이 배제되는 낮 시간용 프로그램 기획에 골몰하고 있다. 시한부 환자와 가족의 마지막 여행을 그린 휴먼다큐멘터리 ‘소풍’ 등 공익적 프로그램도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

노하우가 쌓였다는 것 외에 실질 성과는 저조한 편이다. 프로그램 재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출범 이래 100억원대 적자를 내다보고 있다. 드라마 해외 판로는 논의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버라이어티는 그마저도 없다.

정 팀장은 “부가 판권 수익을 당장 기대하기보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환경에 대비해 콘텐트를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걸음마를 뗀 한돌배기 tvN은 더 이상 ‘독한 것’으로 프로그램을 끌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송위의 규제 잣대가 바뀌지 않는 한 더 이상 뭇매를 버는 것은 이미지에 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tvNgenls’는 시즌3를 끝으로 폐지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노력은 그치지 않을 듯하다. 송 대표가 꼽은 ‘베스트 5 프로그램’ 중에 논란이 많았던 페이크다큐 ‘스캔들’이 포함된 데서 보이듯.

송창의 tvN 대표가 꼽은 ‘간판 프로그램 5’

1. 막돼먹은 영애씨
내레이션을 도입한 독특한 형식과 실감 나는 등장인물 덕분에 반응이 좋아
시즌 2까지 제작했다. tvN을 대표하게 된 효자 프로그램.

2. 스캔들
선정성 논란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페이크다큐’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데서 의미 있다. 시청률도 높았다(평균 3.3~3.5%, 자체 최고 4.8%).

3. tvN E#News
연예뉴스는 지상파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다루는 핫 아이템. 차별화를 위해 심층 취재를 도입하고 요일별로 스타일도 달리했다.

4. 리얼스토리 묘
최근엔 소재 선정성 시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지상파에서 하지 못한 사회 고발을
해왔다. 개국 때부터 계속돼온 프로그램.

5. 나는 형사다
공익성을 담고 있는 100% 리얼 프로그램이다. 과거 사건 재연을 제외하곤
형사들의 실제 생활을 가감 없이 담아 호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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