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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맞은 뒤 3위 내려앉은 정동영 측의 ‘기회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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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06면

범여권의 통합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등장이 가져온 효과다. 이 후보의 출마 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지지율 3위로 밀렸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지지율이 떨어졌다. 공도동망의 위기인 셈이다. 1년을 끌면서 점점 사그라지던 통합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것도 그래서다.

신당-민주당 통합 논의 점화 ‘李ㆍ昌ㆍ鄭 3자 구도’에 희망 걸어

이회창 후보의 출마에 대해 정 후보 진영에선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주장해왔다. 정 후보 측 인사들에 따르면 후보 자신은 비공개 석상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야권이 분열되고 범여권 통합은 급류를 타고 있는 현상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 그간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은 신당과의 통합 협상이 진행될 경우에 대비해 10일 오후 박상천 대표 주재로 ‘도상 연습’까지 벌였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협상이 시작된다면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중도개혁통합신당과 합당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강정책·총무인사·후보단일화 등 분야별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공동선대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범여권이 통합을 못 하고 대선에 패할 경우 민주당이 그 화살을 죄다 맞게 된다”며 통합 불가피론을 폈다. 신당 정 후보 측 한 핵심 인사도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달라는 것을 다 주고서라도 당 대 당 통합을 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신당 내부에 일부 분란이 생기더라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민주당과 통합해 정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경우 현재 40~50%선인 그의 호남 지지율이 70%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수도권의 호남 출신 민심으로 ‘북상(北上)’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명박-이회창-정동영 3자 구도가 형성될 경우 이길 수 있다는 논리다. 정 후보 측 한 의원은 “어부지리로 정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당-민주당이 연합한다고 정 후보가 그리는 3자 구도가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신당의 대표적 친노 의원은 “신당 경선에서 ‘친노 단일화’를 했을 때를 떠올려 보라”며 “단일화를 한다고 지지층이 다 묶어지더냐”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관계도 해법이 쉽지 않은 문제다. 문 후보 측은 여전히 독자 노선 쪽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는 분위기다. 설령 문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그 지지층이 정 후보 지지로 옮겨올지도 의문이다. 정 후보 측 일각에서도 “문 후보 지지자의 상당수는 과거 민노당 지지자”라며 “정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다시 민노당 지지로 돌아가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올해 초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고건 전 총리의 출마설까지 등장했다. “정동영·이인제 후보로는 못 이기겠으니 제3후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소문의 진원지다. 일각에선 고건-문국현 연대설까지 나왔다. 문 후보 측 고원 전략기획단장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보다 근본적인 회의론도 여전하다. 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한 인사는 “유권자의 뜻이 무조건 바꿔보자는 것이라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경선에 나왔던 다른 인사는 “3등으로 추락한 마당에 지금 단일화를 해봐야 군소 후보들이 합치는 효과 정도밖에 더 있겠느냐”고 자조 섞인 말을 했다. 어부지리라는 게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회창 후보 출마설이 나올 때 이미 정 후보의 지지율이 일부 떨어질 것을 예상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끌어내리도록 하려면 일단 룸(공간)을 줘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선대위의 다른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우세 속에 2위로 지는 것과 이회창 후보에게까지 밀려 3등을 하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꿈쩍도 않던 대선 구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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