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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서 "으쌰으쌰" 연설한 이회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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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기구 팀장회의에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몰리자 사무실 책상 위에 올라가 즉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9일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 이회창 무소속 후보 사무실. 일흔두 살의 이 후보가 책상 위로 성큼 올라섰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오늘 여러분과 으쌰으쌰하려고 왔다. 발로 뛰자"며 목청을 높였다.

이 후보의 '격식 파괴'가 화제다. 연설을 하기 위해 불쑥 책상 위로 올라가는가 하면, "총재 대신 동지로 불러 달라"며 낮은 자세를 취한다. 그는 이날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도시락으로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 때는 30분에 걸쳐 대북정책을 길게 설명했다. 과거 대선 당시엔 그는 밥을 먹는 자리에선 말을 길게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는 이날 첫 선거대책회의에선 "모함하고 중상모략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이회창은 바로 곧게 간다. 돌부리에 치여 넘어지고 엎어지는 일이 있어도 바로 일어서 곧은 길로 간다"고 말했다. "악의 세력에 대해서는 추호의 타협과 양보 없이 엄정하게 대할 것"이라고도 했다.

격식 파괴와는 별도로 행보에선 정공법을 택했다. 이 후보는 안보를 강조하는 정통 우파의 행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보보(保保.보수 대 보수) 대결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이날 오후 서해교전 전사자인 고(故) 황도현 중사의 유족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북핵 폐기에서 이명박 후보나 한나라당 태도가 매우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퍼주기만 하는 대북정책이라면 정권교체는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출마선언 이틀째 행보로 서해교전 전사자의 집을 찾은 것은 '안보형 보수'로 보수의 적자(嫡子)를 노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없다"며 맹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선 "(이명박 후보가) 대북 관계에서 체제 개혁을 연계하려는 정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후보 측 이흥주 홍보팀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두 후보가 (지지율이) 팽팽하게 되면 이 후보가 몰아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해 진의를 놓고 소동을 빚었다. 듣기에 따라선 이 후보의 사퇴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전장에 나오면 이기려고 나오는 것 아닌가. 정권 교체의 대의는 항상 잃지 않고 간다고만 이해해 달라"고 직접 해명했다.

◆12일 대전.대구 방문=이 후보는 12일부터 지방 민심 투어에 돌입한다. 지지율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전.대구가 첫 행선지다. 이용관 대변인실 행정실장은 "강세 지역을 시작으로 9일간의 민심 투어 동안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미니 대선 캠프=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9일 '초미니' 대선 캠프를 꾸렸다. 5개 팀으로 구성된 실무형 '17대 대선 대책기구'다. 이 후보 측 이흥주 특보는 이날 서울 남대문 캠프 사무실에서 ▶전략기획팀장 강삼재(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정책팀장 윤홍선(전 국무총리실 정무수석) ▶홍보팀장 이흥주(전 총리실 비서실장) ▶조직팀장 김원석(전 경남지사) ▶공보팀장 이영덕(전 조선일보 부국장) 인선안을 발표했다.

캠프 대변인으론 2002년 대선 당시 언론특보를 지낸 구범회씨와 대변인을 지낸 조윤선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강현·이종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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