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체험기>트란실바니아 트로피 지프 大長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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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해마다 5월이면 우크라이나의 트란실바니아 지역에서는 세계적 규모의 4×4(4륜구동)지프경주가 열린다.
우크라이나 내비츠카 대평원에서 출발,헝가리의 체르노골로바까지밤낮없이 1주일 이상을 달리는 이 지프경주 이름은 「트란실바니아 트로피」.
드라큘라 전설로 유명한 트란실바니아 지역답게 상상을 초월하는온갖 험한 관문이 도사리고 있어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남의 팀이라도 선수들끼리 서로 협력해야 하는 특이한 경주다.한 길이 넘는 강물과 진흙탕으로 된 언덕길,아예 길이 없 는 숲속등 곳곳에 널린 장애물을 넘기 위해 선수들뿐 아니라 취재기자들까지도손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지난 5월13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올해 경주(제2회)엔 유럽 전역에서 70여개 팀과 취재진이 몰려 이 대회의 명성을 실감케 했다.
경주는 깎아지른 듯 경사가 급한 숲속을 통과하는 코스에서부터시작됐다.길도 없는 숲속을 오른 후에는 진흙길이 기다리고 있었고 사람 하나 겨우 운신할 만큼 좁은 도로가 나타나 선수들을 괴롭혔다.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폴로리나 루나」산의 정상을 통과하는가 하면 멀쩡한 길을 옆으로 두고 11㎞에 달하는 강을 따라 기어가야 하는 코스도 있다.그리고 헤드라이트에 의지해 밤을 새워 숲속을 통과해야 하는 코스를 마지막으로 1주일 동안의 「시련」이 끝났다.
경주 코스는 총 1백70㎞에 불과한 짧은 거리.그러나 많이 가봐야 하루에 20~30㎞가 고작이고 그나마 어떤 날은 10㎞도 가지 못하고 캠프를 쳐야 하는 「기막힌」경우도 있다.
코스가 험한 만큼 성한 차가 있을 리 없다.찌그러지고,깨지고,휘어진 1백여대(취재차량 포함)의 지프가 들어서면 캠프는 거대한 차량정비소가 돼버린다.
영국에서 참가한 랜드로버 한 대는 하루 사이에 다섯 차례나 전복되어 차가 온통 찌그러지고 결국 연료통까지 파손되었으나 끝까지 완주하는 놀라운 투지를 보여주었다.이 팀은 경기가 끝난 후 시상식에서 우승팀보다 더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 다.
대자연의 품 안에서 펼쳐지는 이 경주는 선수들간의 치열한 경쟁보다 상호협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진한 휴머니즘을 바닥에 깔고 있다.넘어지면 일으켜주고,막힌 길은 같이 뚫고,앞 차의 도움으로 오른 뒤 뒤차를 끌어주는 모습들은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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