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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얻은 60대‘은빛 새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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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7일 오후 대구시 대명3동 행복한 나눔가게 대명점에서 김분남(66·오른쪽에서 셋째)씨등 노인 직원 3명이 손님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7일 오후 대구시 대명3동 ‘행복한 나눔가게’ 대명점. 한 손님이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냉장고 코너를 둘러보고는 발길을 돌린다. 그는 “조그마한 냉장고를 하나 사려고 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손님이 뜸해지자 김분남(66·여)씨가 헝겊에 세제를 묻혀 중고 전화기를 닦기 시작했다. 버튼과 수화기에 묻은 때가 벗겨지면서 반짝반짝 윤이 난다. 김씨는 전화기를 들고 “새 제품 같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 가게가 노인에게 일자리를 만든 남구 시니어클럽의 재활용 가전센터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은 모두 10명.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기술매니저 장승표(50)씨를 제외하면 모두 60대다.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행복한 나눔가게’가 노인 일자리 만들기에 한몫하고 있다. 노인들은 “출근할 곳이 있고 용돈도 벌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원 재활용으로 노인 일자리를=“어르신들이 환경운동을 하는 셈이죠. ” 남구 시니어클럽 우지연(36) 관장은 “부모님 같은 분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한다.

대명점 앞에는 ‘일하는 100세! 아름다운 시니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매장에는 냉장고·TV·오디오·컴퓨터·녹음기·전화기 등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입구에는 국화 화분을 놓았다. 전화기 5000원, 냉장고 7만∼15만원, TV에는 5만∼30만원의 가격이 붙어 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도 눈에 띈다.

노인들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멀리 동구와 수성구에서도 찾아온다”며 “원하는 물건이 없어 발길을 돌릴 때가 가장 미안하다”고 한다.

대명점은 지난달 31일 문을 열었다. 2004년 10월 이천동에 첫 가게를 연 이후 세 번째다. 이천점과 2호점인 대명4동의 성당점은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세 가게의 60세 이상 노인은 모두 23명으로 주 3일을 근무한다. 직원들이 시간을 조정해 가며 근무해 근로시간은 월 60시간, 보수는 20여 만원이다. 이천점에서 일하는 김연택(68·여)씨는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친구 같아 일할 때가 행복하다”며 웃는다.

남구 시니어클럽은 2002년 8월 설립됐다. 노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대구의 사회복지법인인 불교사회복지회가 만든 것이다. 호프데이 행사 등으로 마련한 종자돈 700만원으로 이천점을 열었다. 개점 초기 노인들의 인건비는 정부의 지원으로 해결했다. 인건비는 노인 한 사람에게 월 20만원씩 5개월간 지원된다. 우 관장은 “모두가 열심히 일한 덕에 1, 2호점은 이제 정부의 지원 없이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김흥수 남구청 복지지원과장은 “재활용 매장을 늘리기가 쉽지 않지만 시니어클럽이 사업장을 잘 운영해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가게의 월 평균 매출은 각각 300여 만원에 매달 100여 만원씩 흑자를 내고 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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