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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OS '글로벌 3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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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글로벌 ‘모바일 OS전쟁’이 불붙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최근 “우리 목표는 단순히 구글 검색이 되는 구글폰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운영체제(OS)를 모든 휴대전화에 탑재하는 것”이라며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선전포고를 했다. 모바일 OS의 고지를 놓고 내로라 하는 글로벌 IT기업 사이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온라인 검색 1위 업체인 구글은 세계 단말기·반도체·이동통신업체 등 34개 사를 묶은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란 글로벌 연합체를 꾸려 대공세를 준비 중이다. 거기서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휴대전화에 자신들의 모바일 OS를 많이 넣는 것이다. 휴대전화가 통신기기에서 벗어나 PC·MP3 플레이어·카메라·전자수첩 기능이 포함된 종합정보통신기기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현재 PC 시장을 윈도 운영체제를 만드는 MS가 주도하는 것처럼 차세대 개인용 휴대기기 시장도 모바일 OS를 장악하는 쪽이 이끌 전망이다. 이 싸움의 결과에 따라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과 서비스 시장의 판도는 확 달라진다.

구글의 선전포고에 노키아는 양동 전략을 구사 중이다. 노키아는 구글과의 연합전선 구축 의사를 내비쳐 MS를 자극하고 있다. 노키아 멀티미디어 사업부의 카리 투티 대변인은 6일 “필요하다면 구글의 OHA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대를 한다 해도 심비안으로 모바일 OS 시장의 70%를 차지한 노키아가 기득권을 그냥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인 MS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MS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정보통신전시회인 CTIA에서 윈도 모바일이 설치된 삼성의 ‘블랙잭2’ 스마트폰을 직접 들고 시연하는 등 세 과시를 했다. 그는 구글의 포문에 “별로 두렵지 않다”며 전의를 붙태웠다. 윈도 모바일은 기존 PC 운영체제인 윈도와 유사하다는 것이 최대 강점. 한국MS 고객사업부 김영삼 부장은 “윈도 모바일은 기존 사용자에게 가장 익숙한 모바일 OS”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비안과 윈도 모바일은 유료 OS다.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이런 점을 간파한 구글은 모바일 OS를 공짜로 뿌려 시장을 키운 뒤 무선 인터넷서비스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이 싸움을 지켜보는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단말기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발 빠르게 OHA의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심비안의 지분 4.5%를 갖고 있지만 대세를 쫓는 인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단말기 수출 비중이 95%를 넘는 상황에선 다양한 모바일 OS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사는 OHA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국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끄는 이동통신사는 구글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의 관계자는 “무선 인터넷에서 구글 OS가 확산하면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모바일 OS=PC의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처럼 휴대전화나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같은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운영 프로그램이다. 세계적으론 노키아의 심비안을 많이 쓰며 국내에 나오는 스마트폰(휴대전화에 PC 기능을 덧붙인 것)은 MS의 윈도 모바일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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