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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범죄 계기로본 영상문화-지존파 무색 모방의 온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홍콩영화『지존무상』에서 조직이름을 따온 지존파가 엽기적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영상매체와 범죄와의 관련에 대해 새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범람하는 영화.비디오속의 범죄내용이 지존파의 실제 죄상보다 더욱 험한 것이 수두룩하다.범죄조직을 떠나려는 사람을 끔찍하게 살해하는것은 개봉중인 한국영화『게임의 법칙』에서도 나타나는등 상당수 폭력영화의 전형처럼 돼있다.현재 개 봉중인 미국영화『펄프픽션』에서는 시체를 폐차공장에서 감쪽같이 처리하는 방법이 자세히 묘사된다.
프랑스 뤽 베송감독의『니키타』에서는 욕조에서 염산으로 시체를부식시켜 배수구로 흘려버리는 수법이 섬뜩하다.비디오로 나와있는『양들의 침묵』에서는 정신병자인 살인마가 시체를 지하실에 감춰두고 처리하는 장면이 나와 지존파의 수법을 연상 시킨다.
하지만『펄프픽션』은 올해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고『니키타』는 미국에서『니나』라는 이름의 복제영화를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양들의 침묵』은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수작으로 통한다.
따라서 영화의 범죄장면들이 관객에게 범행 수법의 모방과 인명경시사상을 가르친다는 것은 다소 지나친 비약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상상을 통한 환상의 세계를 묘사하는 예술작품에서 이 정도 표현은 일반인들에게 좋은 스트레스 해 소수단이 되고있으며 이 시대 문화의 한 상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영화와 현실을 구분못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있다.특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이 이런 장면들을 여과없이 보는 것은 큰 문제다.
때문에 앞으로 공륜의 심의와 상영등급 결정에서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폭력물에 대해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지금까지 에로물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라는 소리를 들었던 공륜이 폭력물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아 공상 과학물이라는이유로 외국폭력영화가「고교생 관람가」로 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외계층이 영상문화를 건전하게 즐기고 객관적 판단력을 키울수 있게 사회적 교육장치가 마련돼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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