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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2월 9일 국회] 장영달 위원장 고의 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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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9일 오전 국회 국방위에서 이라크 파병안의 사회를 보고 있어야 할 장영달 국방위원장이 서울 이촌동 자택에 머무르다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의 방문을 받았다. 張위원장은 파병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집에 있었다고 했다. 李차장이 "파병안을 빨리 처리해 달라"고 부탁할 때 마침 국회에서 출근을 재촉하는 전화가 왔다.[연합]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또다시 무산시킨 9일 국회 본회의. 국익에 둔감한 정치권은 제 이익을 챙기기엔 민첩했다. 한나라당은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안'을 순식간에 통과시켰고, 민주당은 '노무현.정동영 수사 촉구 결의안'을 밀어붙였다.

국회의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 처리가 9일 무산됐다.

국회 국방위는 이날 우여곡절 끝에 파병안을 통과시켰으나 열린우리당의 입장 바꾸기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본회의 처리는 하지 못했다. 당초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지난 2일 박관용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자민련 김종필 대표와의 회동에서 9일 파병안 처리를 합의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날 의총 뒤 "파병안은 당정 협의를 더 할 필요가 있다"며 처리 연기를 요구키로 입장을 바꿨다. 당내 찬반 의견이 분분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처리 강행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崔대표는 "정동영 의장이 직접 나와서 입장을 밝히라"며 화를 냈다. 민주당도 "열린우리당이 입장을 명확히 하라"며 비난했다. 이날 처리를 예상했던 한나라당은 파병안에 대해 당론 찬성을, 민주당은 권고적 반대 당론을 정했다.

이 때문에 처리 합의는 깨지고 파병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처리 무산에 반색했다. 이에 따라 파병안은 이르면 다음주 초 대정부 질문을 위해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도 열린우리당 소속의 장영달 국방위원장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그는 평소 전투병이 포함된 이라크 파병에는 공공연히 반대해 왔다. 국방위는 그의 고의성 짙은 불참으로 오전 회의를 열지 못했다. 오후에 재개된 회의에서는 야당의원들이 張위원장을 추궁해 정회 소동까지 겪었다.

오전 10시 국방위 회의장. 최병렬 대표.김종필 총재를 비롯해 여야 의원 13명이 개회를 기다렸다. 그러나 회의를 주재할 張위원장은 나오지 않았다.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인사들이 출근을 저지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張위원장이 자택 앞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던 시민단체 인사들을 직접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쇼를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이만섭 의원은 "여당 소속 위원장 하나 제대로 못 다루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의 천용택 의원마저 "꼼수를 부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2시에 열린 회의에서 張위원장은 "찾아온 분들이 평소 잘 알고 외면할 수 없는 원로들이어서 집안으로 모셔 토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유한열 의원은 張위원장에게 '당신'이라는 호칭까지 쓰며 "위원장으로서 뭘 했느냐. 그러려면 사퇴하라"며 몰아붙였다. 이에 화가 난 張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언했다. 그러자 최병렬 대표가 "여기가 위원장 성질 내는 자리인가"라고 한소리 하자 이번에는 張위원장의 비서가 "누가 먼저 성질을 냈는데"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상식 밖의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표결 끝에 재석 14명 중 찬성 12, 반대 2명으로 파병안은 통과됐다. 張위원장과 민주당 한충수 의원만이 반대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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