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로 못느끼는 소득분배개선-통계청 지니係數 국민의식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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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추석 보름달을 삼키다시피한 연쇄 납치살인사건으로 우리 사회의소득분배 실태와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오랜 만에 다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소득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알아보는데는흔히 지니계수와 소득 10분위 분배율이 쓰인다 .
두가지 수치 모두 일정 기간 동안의 소득에 대한 분포를 알 수는 있어도 축적된 부(富)를 알아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소득분포의 추이를 보기 위해서는 이 지표들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그림은 소득 10분위 분배율을 계산하는 기본 수치다.한 집단을 소득이 낮은 가구부터 높은 가구순으로 나열하고 가구수를 10%씩 나누어 이들이 소득총액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소득이 낮은 하위(下位)40% 계층의 소득 비율을 상위(上位)20% 계층의 소득비율로 나눈 분배율이 높을 수록 분배구조가 균등상태에 이르고 있음을 나타내는데 65년 0.4625였던 10분위 분배율은 90년에 0.5065로 높아졌다.그러나이같은 통계수치로 본 분배상황이 우 리 국민들에게 그대로 인식되지않는 것이 문제다.계수로 나타나는 소득분배와 체감(體感)분배가 서로 크게 다르다는 이야기다.
89년 5월 한양대 김선웅(金善雄)교수가 전국 5천1백10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한국인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자료에 따르면 열명 중 여섯명 이상(61.45%)이 지난 5년 동안 빈부격차가 심해졌다고,절반 이상(56.2 %)이 앞으로 5년 뒤에도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응답했다.물론 지니계수나 10분위 분배율은 이 기간중 계속 개선되고 있었다.
주학중(朱鶴中) 한국개발연구원(KDI)부설 국민경제교육연구소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형평의식이 강하며 분배에 대한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어 지하경제의 규모나 폭이 줄어드는 것을비롯,계수로 본 분배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믿으려들지 않는다』며 『가진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정당성을 갖도록해줘야 하는데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朱소장은 특히 『분배 문제를 따질 때 단순히 가구 소득만 보는 데 그치지 말고 외국과 같이 「가구내 분배」를 중시해야 한다』고 전제,『저소득층일수록 가구주가 쓰는 비중이 커서 상대적으로 아이들과 주부들 몫이 적은데 특히 결손 가정 의 경우 이문제가 더욱 심각하며 아이들의 「제몫 못 챙기기」는 부모와 사회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문형표(文亨杓)KDI 연구위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사는사람과 못 사는 사람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과연 그 잘 사는사람이 정당한 방법으로 잘 살게 되었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이는 공평 분배보 다는 공정 분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하는데 지하경제의 만연과 투기 행위등으로 공정분배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文연구위원은 『우리의 부(富)축적은 특히 80년대 부동산과주식 가격의 급상승에 따른 불로소득(不勞所得)으로 인해 졸부(猝富)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며 『소득이 늘어나 그전보다 잘 살게 된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지역간 소득 격차가 있는등 문제가 있어 저소득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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