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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아시아의고동>인도 1.경제수도 봄베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인도의「경제수도」봄베이|.인도 돈의 60%가 몰려 있다는 경제활동의 중심지다.
이곳 오피스거리인 나리만포인트 달라말타워의 엘리베이터를 타면세사람중 한명은 십중팔구 노랑머리 서구인(西歐人)이다.근처의 메이커챔버빌딩이나 조금 떨어진 콜라바의 세계무역센터도 마찬가지다.관광지도 아닌데 외국인이 북적거리는 것은 그 만큼 외국기업이 많이 몰려들었다는 뜻이다.
외국기업들의「인도러시」는 91년 7월 인도가 개방정책을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인도로서는 경제개발은 해야겠는데 달러가 모자라니 외국기업들의투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특히 인프라 건설을 위해 발전(發電).통신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외국기업에 개방했다.
외국기업들이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GE.AT&T.벡텔.엔론.
지멘스.ABB등 서구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봄베이.뉴델리에 진을 치고 한건에 수십억달러짜리 사업을 따내느라 혈안이 돼있다. 대형 프로젝트뿐 아니라 소비재시장도 외국기업의 사냥터가 되고있다.더운 날씨 탓에 기호품보다는 생필품이 된 아이스크림.청량음료 시장은 미국기업들의 독무대다.
배스킨로빈스와 월스가 인도인들의 혀를 녹이고 있고 곧 하겐다즈도 가세할 예정이다.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인도업체들의 저항을뿌리치고「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콜라를 팔아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독일의 의류기기업체인 파프는 최근 뉴델리의 국립패션기술원(NIFT)에 고가(高價)의 봉제기기 45대를 기증했다.파프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디자이너가 되면 다시 파프를 사 쓰게 된다는 계산이다.州정부도 외국투자를 불러들이 느라 여념이없다.세금을 깎아준다,자금을 지원해준다,투자절차를 줄여준다는등갖가지 유리한 조건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하리아나.타밀 나두.구자라트.마하라슈트라.펀자브가적극적이다.펀자브의 홍보자료는『레드 테이프(관료주의)를 끊고 레드 카펫을 깔아놓았다』며 외국기업을 부르고 있다.
현지의 美 상무관 조너선 벤스키씨는『인도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전략시장」이다.매일 찾아오는 기업인들에게「앞으로 시장판도가 짜여지면 더 힘들테니 들어오려면 당장 어렵더라도 지금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통계로 보나 감으로 보나 인도투자에 가장 열심인 나라는 미국이다.지난해 전체 외국인투자 28억5천1백만달러중 39.1%(11억1천6백만달러)를 차지해 단연 선두였다.
미국정부의 지원도 유별나다.최근 미국의 에너지부장관이 인도를방문했을 때의 얘기다.
미국대사관에서 리셉션을 연 장관은 인도의 고위관리들을 초청해악수하는 장면을 모두 스냅사진으로 찍어뒀다.귀국후 그는 사진밑에 일일이『유익하고 친절한 대화에 감사한다』는 친필편지를 써 보냈다.의외의 사진을 받아든 관리들은 모두 깊은 인상을 받았고그후부터는 미국기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미국 다음으로는 유럽이 열심이다.지난해 영국이 2억달러,스위스가 1억3천7백만달러,네덜란드가 1억3백만달러,독일이 5천6백만달러씩 각각 투자했다.우리나라는 어떤가.투자액이 워낙 적어투자승인국(SIA)이 내는 외국인투자 통계표의「 기타」항목에 섞여 따로 뽑아보기도 어려웠다.뉴델리의 한국대사관은 91년7월부터 94년4월까지 우리의 투자액은 다 합해야 고작 3천만달러(52건)뿐이라고 확인해줬다.
***한국 3천만弗 우리의 한국개발연구원격인 국가경제정책연구원(NCAER)의 수렌드라 라오 원장은 우리의 관심부족을 이렇게 지적했다.『미국과 유럽은 벌써부터 인도투자에 정신이 없다.
관망하던 일본도 곧 들어올 것이다.한국에는 망설일 시간이 별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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