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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한인 여성이 美육사생도 대표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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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서 생도 4천여명을 지휘하는 '최고 생도'는 한인 여성이다. 웨스트포인트 4학년 정한샘(22.미국 이름 그레이스 정)씨는 지난달 9일 웨스트포인트 생도의 자체 지휘조직인 생도여단의 단장으로 임명됐다.

웨스트포인트 2백년 역사상 여성이 생도여단장으로 임명되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생도여단장은 생도 간의 지휘 체계상 서열 1위다. 생도의 규율을 확립하고 자체 행사를 지휘하며, 생도를 대표해 외부 귀빈을 맞는 의전 역할을 주도한다. 언론에 생도의 입장을 알리는 대변인으로도 활동한다.

정씨는 지난달 미 육사신문인 포인터 뷰(Pointer View)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이 생도여단장이 됐다는 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웨스트포인트에서 성(性)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정씨는 고된 훈련과 엄격한 내무생활로 대표되는 웨스트포인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인터 뷰에 따르면 3학년 때는 탁월한 학업 능력과 지휘력으로 최우수 생도로 선발됐고, 지난해 여름에는 육사 신입생들의 여름 캠프를 지휘하는 캠프단장에 오르기도 했다. 생도여단 부단장이었던 지난해 9월에는 미 의회 국방위원회 소속 상원의원으로 웨스트포인트를 찾았던 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안내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몇몇 생도와 함께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며 이라크전에 대한 젊은 생도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씨는 뉴욕주의 클락스타운 고등학교 재학 때 아시아계 여학생으로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회장을 지냈다. 고등학교 졸업 때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아이비리그 대신 웨스트포인트를 택했다.

그는 "고교 시절 웨스트포인트를 방문하는 기회가 몇번 있었다"면서 "무언가 색다르고 도전적인 것을 찾겠다는 생각에 이곳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정씨도 입교 직후에는 적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지만 웨스트포인트에서의 처음 2년간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자문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웨스트포인트의 레오 브룩스(준장) 생도대장은 "정생도는 웨스트포인트 교육 프로그램을 군사적.체력적.학문적으로 훌륭하게 이행해 동료들에게서 존경받는 검증된 리더"라고 칭찬했다.

정씨는 "생도여단장으로서의 지도력은 그간 웨스트포인트의 낙하산 스포츠팀에서 활동한 경험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스카이다이빙을 하다가 운동장에 낙하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끄는 방법을 배웠다"며 "그러나 생도여단장으로서의 경험은 공중에서 뛰어내리는 것보다 더욱 짜릿하다"고 포인터 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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