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현대 독점 개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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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려면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는 상황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자동차산업 전문분석기관인 JD 파워(J D Power & Associates)의 창업자인 제임스 데이브 파워 3세(사진) 회장은 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산업자원부가 개최하는 ‘부품·소재 국제포럼 2007’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더 커지려면 ▶현대·기아차의 시장 독점적 상황을 개선하고 ▶노사 관계를 재정립하며 ▶현대·기아차가 가족 경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워 회장은 “경쟁이 약한 독점적 시장에선 산업이 더디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수입차 시장 개방 등으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 현대차도 더 견실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노사 관계’를 꼽았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1950~60년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노조의 지나친 임금·보너스 인상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 업체는 자동차 가격을 올려 임금 인상분을 지불했다는 것.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미국 차를 외면했고, 미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한국 상황도 당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가족 경영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사례로 미국 포드사를 들었다. 포드사는 과거 오너 일가가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며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도요타는 시장에 정통한 전문 경영진을 기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파워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도약을 하려면 가족 경영 구조를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과 관련해 그는 “품질이 많이 좋아졌고, 디자인과 제품 개발 능력도 우수하지만 마케팅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워 회장은 또 “앞으로 중국 시장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13년까지 68%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6년간은 ‘신차 대전’라고 할 만큼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유례없이 많은 신차를 발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기대 수준에 맞는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은 자동차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선희 기자

◆JD 파워=1968년 설립된 미국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 전문기관. 자동차의 경우 매년 구입자에게 무작위로 설문지를 돌려 품질 조사를 한다. 미국 소비자들이 이 조사 결과를 구매 기준으로 활용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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