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붕어,가면의 숲,부인 오늘도 돈많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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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86년『철쭉제』이후 8년만에 내놓는 작가 서정인(徐廷仁)씨의다섯번째 창작집.수록된 7편의 중단편이 모두 91년 이후에 발표된 작품들이다.이들 작품은 지문을 최소화하고 대사를 통해 상황을 전개해나가는 서정인 문학의 최근 경향을 분 명하게 보여준다.서씨는 이전 작품들에서 산업화가 야기한 황량함을 절제된 형식을 통해 드러내왔다.이번 작품집은 그 절제된 형식을 깨뜨리고90년대의 원색적인 사회풍경을 노골적으로 까발린다.지문조차도 일상구어체에 가까운 서씨의 문체는 이같은 작업에 따른 자연스런필요였는지도 모른다.
〈세계사.6천원〉 정치권력과 폭력조직,그리고 자본의 공생관계를 속도감있는 문체로 추적한 신진작가 이정창의 장편.빠찡꼬 사건등 90년대 들어 까발려진 큼직한 권력형 비리들을 소재로 하고 이원조.박철언.이건개등 실존인물들을 모델로 작중인물들을 만들어내 흥미를 돋운다.상반된 성향의 이복형제 채훈과 동훈이 권력체계 안에서 일그러지고 파멸하는 과정을 통해 타락한 권력의 실체를 보여주는 구조로 돼 있다.〈아침.전3권 각권5천5백원〉***『부인,오늘도 돈많이…』 강하고 자신감 넘쳐 보이는 가면속에 약점이나 상처를 감추고 있는 인간군상을 경계와 연민의 긴장을 갖고 응시해온 작가 송영의 세번째 콩트집.지하철 3~4구간 가는 시간 동안에 한편을 볼수 있는 4~6쪽 길이의 작품 53편이 수록됐 다.
개별적인 작품의 소재는 각기 다르나「돈 많이 벌어 사랑하는 여자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남자와「남자의 사랑으로 집을 짓고 돈으로 그 집을 꾸미고 싶은」여자들의 이야기다.그래서 이 책은우리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삶의 가장 진솔하고 소박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생활이 묻어나오는 진솔함과 함께 희극성이 강하다는 점도 이책의 매력이다.
작가는『비극은 말이 많고 희극은 언어가 생략된다』며『우리 삶은 비극성보다 희극성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한다.
〈작가정신.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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