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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범죄>1.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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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유층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복과 엽기적인 범행수법으로 충격을던진 폭력배「지존파」일당의 납치 살인사건과 관련,전문가들은 물질만능주의와 사회의 구조적 비리.사회및 가정 교육의 붕괴등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 복합돼 일어난 참극이라고 분 석했다.
▲이병윤(李丙允)고려대병원 전문의(신경정신과)=「지존파」의 납치.살해 사건은 맹목적인 배금주의와 인간경시사상.교육의 부재등 우리사회의 병리 현상이 복합돼 일어난 사건이다.
특히 불우한 성장 배경으로 미루어 이들은 사회를「적」으로 인식,사회의 기존 질서와 권위를 거부하고 파괴하려는 소위「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일 가능성이 크다.따라서 이들은 마피아나 야쿠자등 외국의 범죄집단처럼 규범을 만들고 사회의 질 서와 도덕.
규범에 항거하며 이를 위해 공공시설을 파괴하는등의 행동양태를 보이는 이른바「반달리즘」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목적 의식과 치밀하고 조직적인 범죄 계획,그리고 범행후 범죄 은폐행각등을 보면 이들의 범죄는 정신병적인 충동에 의한 우발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동료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다거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체를 토막내 소각로에 태우는등의 엽기적인 잔인성은 일종의「축소된 군중심리」에 의해 저질러졌을 것으로 보인다.즉 조직원가운데 리더나 주도권을 가진 동료가 매우 잔인한 성향을 갖고있을 경우 나머지 조직원들도 비슷한 행태를 보임으로써 동료의식을고취한다거나 죄책감을 분산시켜 더욱 잔인해질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원호택(元鎬澤)서울대교수(심리학)=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처럼단기간의 고성장 과정에 수반되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도덕의 부재,왜곡된 부(富)의 축적 과정과 소외계층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예측불가능한 잔인한 범죄를 부추기는데는 폭력과 음란을조장하는 역기능적인 매스컴과 인간성 대신 맹목적적인 경쟁만을 요구하는 왜곡된 교육,부권(父權)의 부재.모친의 사랑 상실등 가정의 해체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요인들에 의한 책임이 크다.
▲이부영(李符永)서울대병원 전문의(정신과)=범행수법이 끔찍한사건이 발생하면 일반인들은 으레 정신이상자의 범행으로 단정하는경우가 많지만 이번사건은 사실 극심한 소외의식과 증오심으로 가득찬 도덕적인 결함이 있는「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범죄가 일반적으로 정신이상자의 범죄에서 볼 수 있는 피해망상이나 환각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범죄가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반시민을 언제라도 범죄인으로 바꿀 수 있는 물질만능주의.인간성상실등 全사회적 차원의 병폐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치료가 불가피하다.
▲고흥화(高興化)중앙대교수(심리학)=이번 범죄는 부유층에 대한 적개감과 날로 퇴색해가는 우리사회의 공동체의식과 생명경시풍조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이같은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선 특히 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사회지도층의 반성이 선행돼 야하며 소외계층을 끌어안기 위한 소득재분배등의 정책,인간중심의 교육 제도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表載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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