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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어 메카 "일본 넘어 세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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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북 진천의 영어조합법인 진천관상어 허하영 대표(右)가 비단잉어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2일 오전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죽현리 영어조합법인 진천관상어(대표 허하영) 양어장. 건물 안에는 비단잉어와 금붕어 등 수만여 마리의 관상어가 40여 개의 수조에서 헤엄치고 있다. 붉은 색과 노란 빛을 띤 비단잉어부터 크기가 사람 팔뚝만한 커다란 흰색 잉어까지 각양각색이다.

이 관상어들은 국내외 시장에 출하를 앞두고 막바지 관리를 받고 있으며 겨울이 지나면 대부분 시장으로 팔려 나간다.

수조 한 가운데에는 청와대 연못에서 살다 1일 이곳으로 옮겨진 비단잉어 140마리가 지느러미를 힘차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았다. 이들 잉어는 추운 겨울 동안 진천관상어 조합법인이 관리하다 내년 봄 청와대 연못으로 다시 옮겨진다.

◆관상어 메카 진천=이 곳은 우리나라 비단잉어 시장의 60%, 고급어종 분야 시장에서는 80%를 점유하고 있는 특화된 영어조합법인이다.

91년 설립된 진천관상어는 2000년 충북도에서 농림축수산물 수출단지로 지정된 이후 2002년 세계 일류 100대 상품지정(산업자원부), 지역혁신우수사례 선정(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세계 일류상품 인증(산업자원부)을 받는 등 관상어 메카로 부상했다.

92년 9월 미국에 300 마리의 비단잉어를 수출한 것을 계기로 올해 10월 말까지 12만여 마리의 비단잉어를 미국·캐나다·네덜란드 등에 수출해 지금까지 40억 원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조합원들의 연간 수익도 1억~2억 원대. 인근 다른 농가들에 비하면 서너 배는 많은 소득이다.

진천관상어가 설립 10여 년 만에 특화단지로 자리잡은 데는 허하영(49) 대표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30년 전 관상어를 처음 접했던 허 대표는 이후 관상어의 매력에 빠져 아예 직업으로 선택했다. 오색(五色)의 관상어를 처음 본 순간 “내가 할 일이 바로 이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허 대표는 아들을 관련 대학에 보낼 정도로 열의를 가졌다.

진천이 관상어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진천은 맑고 청정한 물이 흘러 관상어가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을 갖춘데다 관상어의 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흙’도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최상급이다. 관상어의 색깔은 흙의 색에 좌우되는데 진천은 백질과 흑질, 홍질 등 다양한 색의 흙이 풍부해 오색의 관상어를 길러내는데 안성맞춤이라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세계시장 도전=허 대표는 지난 해 미국에서 열린 ‘2006 코이(비단잉어)쇼’에 참가해 챔피언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세계 관상어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을 누르고 올린 쾌거였다. 9월 미국과 10월 진천에서 관상어품평회에서도 바이어들에게도 호평을 얻어 수출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허 대표는 올해가 진천관상어가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관상어 특화단지인 니가타 현이 최근 발생한 지진으로 시설이 무너져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관상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바이어들이 일본보다 한국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관상어는 일본 관상어에 비해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지만 품질은 비슷해 미국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허 대표는 “일본이 주춤한 지금이 미국시장을 공략할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며 “미국 주요 도시에 판매장만 확보된다면 1% 미만인 시장점유율을 10%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판매장을 설치하는 데는 10억 원 이상이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를 위해 충북도나 해수부, 중소기업청 등에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진천=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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