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상품도 수익률 극과 극 '간판 펀드' 택하면 큰 무리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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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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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고르기가 주식 종목 고르기만큼 어렵다’.

펀드 투자자들의 하소연이다. 국내 출시된 펀드 개수가 9000개에 육박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고민을 깊게 하는 이유가 또 있다. 같은 운용사가 같은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라도 종류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운용사가 굴리는 터라 내 펀드도 수익률이 좋을 줄 알았는데 아닌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잘 고르면 대박, 못 고르면 피박=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같은 운용사의 펀드라도 수익률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액 상위 3개 사(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투신운용·한국투신운용)와 푸르덴셜자산운용·하나UBS자산운용이 출시한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다.

미래에셋의 경우 연초 이후 최고 수익률을 올린 펀드와 최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 간의 수익률 격차는 60.72%포인트나 벌어졌다. 간판 펀드인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이 82.49%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미래에셋3억만들기배당주식1(CLASS-A)’의 수익률은 21.77%에 그쳤다. 배당 펀드의 전반적인 수익률 저조 현상으로 보기엔 꺼림칙하다. 같은 기간 ‘삼성배당주장기주식1’은 85.17%의 수익률을 기록, 1등 펀드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운용의 ‘한국네비게이터주식1classA’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71.59%를 기록했으나 2001년 출시한 ‘골드플랜연금주식A-1’은 수익률이 24.18%에 불과했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5.34%다.

그나마 푸르덴셜과 하나UBS의 최고와 최저 펀드의 수익률 격차가 각각 19.21%포인트, 20.95%포인트로 적은 편이었다. 삼성운용은 최고 펀드의 수익률(85.17%)이 워낙 높아 최저 펀드(48.13%)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격차가 37.04%포인트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서야=5일 금융감독원이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운용사들은 자사가 관리하는 일부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다른 펀드 수익률을 희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버려진’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저조한 수익률에 속을 태울 수밖에 없다.

이에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운용사의 대표 펀드에 가입하는 게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고 조언한다. 아무래도 운용사의 얼굴이다 보니 수익률을 관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표 펀드라는 게 수시로 바뀐다는 데 있다. 마이다스에셋운용 조재민 사장은 “운용사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시황에 따라 대표 펀드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률이 잘 나올 때는 집중적으로 밀다가 나빠지면 내팽개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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