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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3각 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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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일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 갈수록 이명박-이회창-박근혜의 3각 애증 관계도 미묘해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으로 '이회창 출마'를 대비하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냉담하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영남.충청권에서 강세를 보여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이동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박 전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려는 것일까. 이 전 총재는 무엇을 기다리느라 장고하는 것일까.(※표시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이명박 후보 관훈토론 "이 전 총재 믿어 전혀 대비 못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5일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와 관련, "이 전 총재를 믿어 한 점 의심도 하지 않았다"며 "보름 전에 식사를 함께 할 때도 정권 교체를 위해 열심히 하자고 말해 전혀 대비를 못했다"고 말했다.(※두 사람이 만난 날은 지난달 8일 롯데호텔 식당이었으며, 이 후보가 이 전 총재에게 선대위 고문직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음.)

이 후보는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총무 이재호) 초청 토론회에서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당원이자 당을 창당했고, 당원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으로 대통령 후보를 두 번 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 전 총재의 출마가 경선 불복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어 "이 전 총재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설득에 설득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한나라당이 대응이라고 굳이 말을 안 하더라도 할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추가 대응 가능성도 암시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이 후보는 "그렇게 보였다면 제가 부족한 탓이고 부분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가 유일한 길이다" 이회창 측근 이흥주 특보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는 5일 나흘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르면 이날 귀경할 것이란 관측은 무산됐다. 그는 부인 한인옥씨, 이채관 수행부장과 경기도 모처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국민 앞에서 이야기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최종적으로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국민중심당 세력을 흡수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보는 이날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창당은 시간적으로 어려우며, 다른 당에 업혀서 가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출마를 한다면 무소속 출마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마 성명에 들어갈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이회창이 저기 왜 나섰는가'를 생각하고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말이 주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이명박 후보와의 만남에 대해 "안 만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형편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특보는 "보수 우파가 갈라져 대선 승리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이 전 총재의 입장"이라고도 말했다.

"이명박 후보와 만날 필요 있나" 박근혜 전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5일 이명박 후보의 면담 제의에 대해 "내가 처음에 한 이야기와 변한 것이 없는데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다.(※그가 처음에 한 이야기란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내용을 말함.)

박 전 대표는 이어 "당원들과 어렵게 살려 낸 당이고, 제가 경선을 치르고 나서 정치 발전을 위해 승복까지 했는데 당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좌시하지 않겠다' 발언의 주인공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듭된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다만 '이 전 총재 측에서 만날 의사를 전달해 왔느냐'는 질문에만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태도는 이 후보가 보내는 SOS 요청에 당장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정치권에선 해석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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