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자 출입증 빼앗는 석 달짜리 정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국정홍보처가 정부 각 부처 기자실을 폐쇄한 데 이어 어제는 청사별로 발급된 기자 출입증마저 무효화했다. ‘가두리 양식장’에 비유되는 통합 브리핑센터 출입증으로 바꾸라는 노골적인 협박이다. 지난 주말에는 외교부 담당 기자들이 이용하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로비의 취재·송고용 물품을 ‘청사 환경관리’ 때문이라며 쓰레기 수거하듯 가져가 버렸다. 국방부는 군 막사 지을 돈을 끌어들여 기자실 이전공사를 진행했다. “취재 지원을 선진화”한다는 입발림 소리를 앞세워 기자들의 취재 접근권 봉쇄에 광분하는 이 정권의 무리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까지 40여 일, 임기 말까지 석 달 남짓한 지금 모든 대선 후보가 원상회복을 공언하는 기자실 폐쇄 조치를 강행하는 자들에게 합리적인 판단과 반성을 기대하는 자체가 착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권 교체 이후에 대해 “정상화된 것이 비정상으로 돌아갈 정도로 역사가 비겁하거나 회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뻗댔다. ‘소 귀에 경 읽기’ 정도가 아니라 경 읽어주는 사람을 뿔로 들이받겠다는 태도다. 대통령이 이런 홍보처장을 든든히 떠받쳐주고 있으니 지금 정부 부처 관료 사이에 언론 취재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행태가 만연한 것 아닌가. 도대체 기자들이 사익을 위해 차가운 로비 바닥에서 헤맨 줄 아는가.

우리는 앞으로 40여 일, 그리고 석 달 뒤의 상황 변화를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관련 예산만도 무려 55억원이나 낭비한 현 정권 담당자들의 책임을 준엄하게 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