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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 이끄는 문화 콘텐트 산업 기술 지원할 전문기관 설립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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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얼마 전 영화 ‘디워’가 미국 개봉 5주차 만에 약 100억원의 흥행수입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박스오피스 집계에 따르면 ‘디워’는 지난달 14일까지 1088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국내에선 842만 관객 동원 기록을 남기고 막을 내릴 예정이다. ‘디워’의 총 흥행수입은 5507만 달러(약 505억원). 전체 수입의 16.5%를 미국, 83.5%를 국내에서 벌어들였다. 올겨울에는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총 제작비의 3분의 1을 컴퓨터그래픽(CG) 관련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에 투자한 ‘스파이더맨3’는 미국에서만 8억9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상을 초월함을 알 수 있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등 문화 콘텐트 산업은 국가경제를 이끄는 거대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문화 콘텐트 산업은 군수산업과 함께 미국 경제를 이끄는 2대 산업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대미 철강 수출액의 네 배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콘텐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누가 재미있는 문화 콘텐트를 더 많이 확보해 상품화하느냐가 국부 창출의 근원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각국은 CT 연구개발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인간의 상상은 끝이 없다. 문화라는 감성영역에 인문학적 요소와 기술력을 융합해 풍부한 상상의 세계를 문화 콘텐트로 현실화해 재미와 감동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기술이 바로 CT다.

‘디워’의 이무기와 ‘스파이더맨3’의 스파이더맨의 현란한 움직임과 장면이 생생하게 표현되지 못했다면 우리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었을까. CT는 문화 콘텐트 완성도와 품질,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문화 콘텐트의 생산은 CT 수준에 달려 있다.

CT 확보를 위해 우리 정부도 2005년 문화산업 5대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담은 CT 비전 및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는 15개 전략 제품 및 핵심 기술의 실행계획을 담을 CT 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직 미국·일본 등 문화 콘텐트 선진국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와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문화 콘텐트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산업계·학계·정부의 연구 역량이 집중된 전문 CT 연구기관의 설립이 절실하다. 이를 중심으로 국내 CT 관련 지식과 기술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보다 시장 수요를 철저하게 파악해 업계 요구에 실질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CT 개발이 가능해진다. 발 빠른 시장 대응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뛰어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인력 양성 면에서도 인문사회·문화예술·관광·스포츠·과학기술 등 다양한 지식을 두루 갖춘 CT 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인프라·기술·서비스 등장에 대응한 미래형 문화 콘텐트 기술 수요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다. 문화산업이 국가 경제성장의 핵심 원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 주도 CT 전문 연구기관의 설립은 국내 문화산업 발전의 윤활유가 돼줄 것이며 우리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될 것이다.

나문성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기술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