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떠난 자와 남는 자(11) 길남이 무슨 소린가 몰라 눈을 껌벅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여자는 한달에 한번 뭐가 어떻다는 거야?』 『바보.그 나이 되도록 뭘 했어.』 『뭘 하다니.』 『나말고 토옹 여자는 안 적이 없어? 집안에 나이 찬 여자도 없어?』 화를 내듯이 길남이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나 모르겠네.내가 어디 기생집 마당이나 쓸다가 온 사람인 줄 알아.』 길남에게 기댔던 머리를 들며 화순이말했다. 『아무리 내가 첫 여자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 나이까지 그런 것도 모르고 지냈어.
이건 귀엽다고 해야 하나,아니면 반푼이를 내가 너무 잘 보고있는 건가.』 『묻는 말에는 대답을 안하고 무슨 딴소리를 지금하고 있나 모르겠다.오늘은 놀아도 된다니까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해서 묻는 건데.』 『답답한 건 나란다.』 화순이 길남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여자들 한테 말인데,아이구,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 모르겠다.그럼 너… 여자들 달거리라는 거 있다는 말도 못들어 봤어?』 『그게 뭐야?』 『그렇게도 여잘 몰라?』 『지금 무슨 말장난을 하나 모르겠네.하루 쉰다면 그걸로 잘 된거지,그만둬.』 『내가 이게 무슨 복이야.한 남자 첫 정을 받나보다 생각하면 내 팔자에 그것 만으로도 눈물이 술렁술렁인데,이런 남정네를 만나다니 복도 많지.이건 숫총각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는 거야.아예 총각도 못되는 거잖니.』 길남은 아무 대답도 없이 이제는 캄캄하게 어두워진 방파제 끝을 바라보았다.이쪽으로는 특히 방파제가 높고 가팔라서 경비원이 지나가지 않는 곳이었다.
화순이 말했다.
『달거리라고도 하고 경도라고도 하는 그런게 여자에게는 있어,한달에 한번.그땐 그냥 쉬어야지 아무것도 못해.』 화순이 길남의 팔을 꼬집었다.
『바보 총각님,그런 땐 남자랑 자지도 못한다는 그런 말씀이옵니다.』 길남이 손을 뻗어 화순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