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현장>버추얼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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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쪽으로 4시간 가량 하이웨이를 달리면샌 루이오비스포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전원도시에 닿게된다.멀티미디어 사회를 예견케 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공과대학(Cal Poly State Univ .)이 자리잡은 곳이다.버추얼 유니버시티(Virtual University).이름 그대로 가상(假想)대학이다.버추얼 리얼리티(가상현실),버추얼 코포레이션(가상기업)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버추얼 유니버시티라는 단어는 생소하기만 하다.
무엇을 위한 가상대학일까.다름아니라 『언제,어디에서나,그리고누구라도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미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요즘 유행하는 개방대학이라도 연다는 말인가.천만에.일정한 장소에서,그리고 일정한 시간대에 강의를 갖는 그런 종류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이 대학은 「언제 어디에서나」를 실현하기 위해 바로 첨단 멀티미디어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버추얼 유니버시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터액티브(쌍방향)CATV,ATM(비동기형데이터전송모뎀),대용량 정보축적 시스템등이 필수적이다.하지만 현재의 기술발전 추세로 보아 기술적인 어려움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
멀티미디어 개발국장을 맡고 있는 애너 수 교수는 버추얼 유니버시티의 미래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학생들은 교수의 각종 전문 강의를 담은 디지털 자료를 캠퍼스에서나 하숙방 아니면 공장내의 컴퓨터 단말기 화면으로 자유롭게 불러낼수 있다.그리고 자신에게 불필요한 부분은 빠른 속도로흘려 보내면서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은 몇번이고 반복해 학습할 수 있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는 인터네트의 E메일(전자우편)과 같은 방식으로 연결된다.서로 컴퓨터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컴퓨터의 전송.수신방법을 이용한 리포트 제출도 가능해진다.학생들간에는 네트워크를 통한 그룹스터디가 수시로 행해 질 것이다.』 이로써 교수는 꽉 짜인 강의 스케줄에서 해방되고학생은 여러가지 시간낭비를 줄이면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학습진도 효과를 얻게된다.
이 학교는 지난해 IBM과 공동개발협력 관계를 맺고 현재 모든 교육자료를 디지털화하는 한편 인터액티브 비디오 교육과정을 준비해가고 있다.1천5백만달러가 투입되는 전체 시스템이 완성되는 시기는 오는 98년.
이 선구적인 교육실험에 외부에서도 커다란 관심을 기울여 최근일본이나 싱가포르,그리고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까지 전자分校(분교)참여를 문의해오고 있다.그렇게 될 경우 지구규모의 대학이 탄생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우리나라도 참여할 수는 없을까.
애너 수 교수의 대답은 예스.『물론이다.우리는 어느 학교에도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다만 네트워크를 어떻게 재정적.기술적으로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일 뿐이다.』 [뉴욕=李信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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